어제 오후에 앞집이 시끌벅적했다. 친구들이 왔는갑다 생각하고 아들을 픽업하러 집 앞을 나서는데, 앞집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파키스탄 사람 같은데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이 이야기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 앞집 남자는 오늘 이사 간다고 내게 얘기했다. 우리 타워는 1년 렌트이기 때문에 1년 안되어 이사를 가게 되면 손실이 크다. 그래서 너무 놀란 나는, 왜? 왜 이렇게 빨리 이사해? 물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떠나야 한다 했다. 무직 상태로 여기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참고로 그 집 렌트비는 대략 일 년 4200만 원 정도이다.
그는 얼마 전에 러닝 머신을 구입했는데.. 아마도 계속 살 거라는 예상을 하며 러닝 머신까지 구입했을 텐데.. 어제 그 집은 무슨 도망이라도 가는 것처럼 후다닥 정리하고 떠났다.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들인데, 어제부터 계속 내게서 그들의 떠남이 남아있다.
나도 어쩌면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채로 떠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씁쓸함이 있어서일까.
나는 안정지향적인 특성이 강하지 않은데도 요즘엔 지금껏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게 좀 힘들 때가 있다. 결혼 후 떠돌이 생활은 끝이 없다. 결혼 후 7년 동안 한국에 있을 때도, 일산, 구리, 서울을 이사 다니고, 그 이후는 아부다비로 와서 만 4년이 지났다.
정착하고 싶지만, 정착할 수 없는 나그네의 삶.
언제 떠날지 기약 없이 그분 한분께 매달리며 살아야 하는 삶이 오늘따라 좀 피곤하게 느껴지는 건... 은혜가 떨어진 걸까? ㅋㅋㅋ
한 목사님이 페북에 올리신 찬양, '그 이름' 듣는데 큰 숨이 쉬어지더라.
내가 또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무엇을 행함을 위함이 아니요, 그분과 함께 사랑하며 나누는 것인데 나는 또 스스로 멍에를 지고 있었다.
기약 없이 한 치 앞 모르고 어느 하나 안정된 기반 없이 이방 땅에서 살아가려면 주님께서 주시는 힘 밖에 없음을, 내 구주밖에 없음을 고백하게 된다.
왜 내가 여기 있는지 아시는 주님.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
날개로 덮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