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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Song Apr 03. 2021

Wherever I lodge

Your decrees are the theme of my song wherever I lodge.(Psalms 119:54)


요즘 한국에 사는 성인들은 주식과 부동산에 몰입되어 사는 것 같다. 

작년 코로나 사태때문에 한국에 8개월간 머무르면서 부동산의 요동과 주식을 맛보았다.

순결하게 거룩하게 살리라 고백했던 청년의 고백은 요동치는 부동산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중년의 나를 발견했다.

선교지로 나오기 전 2017년, 친정 아버지는 집을 사라고 몇 번을 당부했다. 그냥 코웃음쳤다. 

선교지로 나오면서 무슨 집? 참 순진했다. 그리고 선교지로 나오면서 재정적인 후원도 받지 않겠다며 자비량을 선택했다. 주변 사람들도 다 어렵고 힘든데 우리가 스스로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참, 어리석었다.

작년에 한국에 있으면서 단체에서도 집을 사놓으라고 해서, 집을 사볼까 기웃거렸지만 넘사벽이었다. 오를대로 오른데다, 21번도 넘는 부동산 땜방 정책들로 혼선이 많았고, 이런 불안감은 집값을 더 상승시켰다.

그때 정부의 유능함이 얼마나 중요한가,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펴는가를 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다.

어쨌든, 집을 그토록 사자던 나의 외침과는 반대로 남편은 집 구매를 안했고, 그냥 재정들을 모두 은행과 펀드에 넣었다. 바보같다고 할까. 그래도 어쩌나... 남편의 결정을 따라야지.


요즘 집값이 작년 우리가 사려고 했던 시점보다 2배가 오르면서 남편에게 얘기했다. 왜 그때 집을 사자고 했는데 안샀냐. 따지는 것처럼 물었다. 남편 왈,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지 않으니 살기 위한 집을 사는게 아니기 때문에 안샀다고 했다. 하나님 백성으로 살면서 살지도 않을 집을 놓고 돈을 버는 건 아니지 않냐, 이런 논리였다.

아주 경건하시다.

아무튼, 오늘 새벽 난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저희 가진 것 아무 것도 없습니다. 주님, 지켜주세요. 제게 욕심이 있나봐요. 안정적으로 경제를 누리고 싶은 욕구들, 주님... 불쌍히 여겨주세요."

그 후, 손을 닦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님께서 우리의 약함을 통해 당신의 크심을 드러내고 싶으신 건 아닐까?

주님 위해 살아간다고 바보처럼 순진하게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출발했던 선교 여정의 시작.

돈도 없고 능력도 미비하지만, 주님 위해 산다고 이 땅에서 바둥거리며 사는 우리는 주님은 기뻐하시지 않을까. 

왜 그 때 집을 사지 않고, 주식도 미리 하지 않고, 너희에게 있는 돈을 불리지 않았냐고 혼내시진 않으시겠지. 

주님의 그늘 아래 있는 우리 인생, 주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시고 살 수 있게 만드심을 보여주시리라 믿게 된다.

얼마 전, 너무 힘든 시기, 한 목사님이 내게 시편 말씀을 보내주셨다.


내가 나그네 된 집에서 주의 율례들이 나의 노래가 되었나이다.

Your decrees are the theme of my song wherever I lodge.(Psalms 119:54)


집도 없는 나그네가 떠도는 삶을 살 때, 머무는 곳마다 하나님의 말씀이 나의 노래가 되는 삶.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가정의 버팀목이 되고, 우리가 지향하는 그분을 지향하며 사는 삶.

그래, 완벽하진 않지만 우리는 이 땅에서 그렇게 살아가려고 한다. 

주님, 보이소서. 

당신의 권능과 자비로움을 연약한 저희 가정에게 보이셔서,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아가는 빈털털이 떠돌이들에게도 기쁨과 은혜가 된다는 것을 만인이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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