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푸르른 나무들 사이를 산책했지만,
오늘은 춥디 추운 쇼핑몰을 누빈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솜사탕처럼 폭신해 보이는, 그래서 만져보고 싶은 욕구가 급상승하는 구름 위를 지나왔을 뿐인데..
시간의 연속성 가운데 공간의 불연속성 경험은 새로운 기분과 기대감을 준다.
두 달만에 도착한 집은 전기 차단기가 언제 내려갔는지… 뜨끈한 냉장고 안에서 고이 아껴둔 고춧가루, 들깻가루, 젓갈류가 모두 부패한 채로 우리를 맞이했다. 귀하디 귀한 식재료들을 버리며 속상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사오지도 않아 걱정도 조금 되었지만… 그래도 불이 안 난 게 다행이라며 우리의 마음을 다독였다.
아직도 야리꾸리한 냄새가 냉장고를 열 때마다 코 끝을 불쾌하게 만든다. 그러나 순간의 불쾌한 냄새도 2022년 한국의 여름 냄새를 없애지 못한다.
하나님의 은혜의 냄새.
푸르름과 비의 냄새.
사랑하는 동역자들과 가족들의 냄새.
기억되는 냄새들이 내게 웃음을 준다.
비록 순간적인 불청객 냄새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라도…
한국의 냄새들이 내게 감사와 기대함으로 일상을 살아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