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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Song Sep 04. 2022

Korean speed VS Mena speed

시간에 적응하는 것은 시차 적응만이 아니다.

속도의 차이도 포함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데도 시간의 체감 속도는 지역에 따라,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에서의 시간 속도와 아부다비에서의 시간 속도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부다비로 돌아온 지 열흘 만에 한국의 속도로 이곳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고 큰 숨 한 번 내쉬었다. 


한국의 시간 속도로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탈진이 금세 찾아옴을 깨닫는데 몇 년이 걸렸다.


이런 지역에 따른 속도의 차이는 문화에도 반영된다. 한국의 속도는 "빨리빨리"를 외치며 빠르게 성취되는 것이 미덕이지만, 중동에서는 "인샬라(신의 뜻대로)"를 외치며 일이 진행되는 속도는 속이 터질 만큼 느리다. 

나라의 속도를 비교해보자면,

한국(단연코 1등)> 서양> 중동

한국에 살던 사람들이 미국이나 캐나다, 혹은 유럽에 가서 행정 관련 업무를 볼 때도 일의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불평을 많이 한다. 그러나, 서양의 속도보다 더 느린 이 지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큰 숨을 한 번 내쉬고 천천히 가기로 결정을 하고 진행해야 정신 건강에 이롭다. 


이것은 일의 진행뿐만 아니라 사람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육아 생활 중 "사랑해, 이쁜 내 새끼"처럼 긍정적인 용어 사용도 많지만, 이외에 우리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용어가 있다면 "빨리빨리"이다. 나도 모르게 "빨리빨리"라는 단어가 툭 튀어나와 순간 멈칫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들, 만 5세인 아들은 제일 빨리 달리는 치타가 제일 좋단다. 또한 자기 자신도 달리기를 빨리 하기 위해 연습을 한다. 그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ㅠㅠ


이런 한국의 찐 기질을 지닌 내게 현지인들과 관계를 맺을 때에도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더 자주 만나려고 노력하고, 말도 많이 걸려고 노력하고, 친구가 되기 위해 애를 많이 쓴다. 그럴 때마다, 결과는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너무 느리고 답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아이 학교 엄마 중 현지인이 있어 그녀에게 열심히 말을 걸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주님께서 내게 이런 마음을 주셨다. 


"천천히 가거라. 네가 급하게 달려든다고 마음이 열리는 게 아니야. 그들이 마음을 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천천히 다가가거라."


천천히 다가가는 것. 

열정적이고, 성취지향적이며, 목표가 생기면 돌진하는 내게... 주님이 하신 말씀은 "천천히"이다. 

나는 이 지역의 속도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6년 차 살고 있기에 여기 문화를 이제 조금 알고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치는 말씀이었다. 

나는 사람의 속도에는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구나...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서 현지인들을 영 만날 수 없었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이제 다시 배워가고 있다. 중동 사람들의 속도를... 인샬라라고 인사하며 급하게 살지 않는 이 사람들의 속도를 말이다. 


주님은 내게 이렇게 또 가르치신다. 

한국에서 살며 사역을 했으면 깨닫지 못할 진리들.

나는 그 말씀으로 나의 삶의 담을 허문다.

기막힌 은혜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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