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첫 미국 여행

by Yule Song

아빠,

아빠는 1980년 초 정도에 엄마랑 유럽 여행을 다녀오셨잖아요.

아빠와 엄마가 이태리인가.. 프랑스인가 큰 성당 앞에서 찍었던 커플 사진이 떠올라요.

아빠는 나중에 제게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때 유럽여행을 다녀와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고요.

저에게는 미국 여행이 그랬던 것 같아요.

명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끼리 미국 여행을 가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아빠가 저를 미국으로 보내주셨었죠.

저는 미국 여행을 가서 진짜 쇼크 받아왔어요.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선진화된 나라.

1987년 한국은 88 올림픽 전이라 경제적으로 발전 중인 개발도상국과 같았죠. 그래서 선진국인 미국을 경험한 저는 우리나라의 위상이 얼마나 낮은지 깨달을 수 있었고, 한국어만이 아닌 영어를 꼭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런 해외 타문화 경험을 했고, 전 그래서 영어 공부를 나름 열심히 해왔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경험했던 미국이 너무 좋아서 대학 이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죠.

미국 여행을 보내달라고 아빠에게 이야기했던 때가 생각나요. 남가좌동 집에 살고 있었을 때였죠.

아빠에게 미국 여행 가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선뜻 허락해 주신 아빠. 너무 고마워요.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답니다. 아빠가 그 여행을 허락해 주셨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리고... 미국에 가서도 정말 즐거웠어요.

미국 문화의 모든 것이 신기했어요. 가장 신기했던 게 뭐였는지 아세요? 한국에는 12가지 색연필 밖에 없었는데, 미국에는 50가지 색연필과 사인펜이 있었어요. 와우! 학용품을 좋아하던 제게 미국은 정말 꿈의 나라 같았죠.

아빠, 전 아직도 펜을 좋아해요. 컴퓨터를 사용하는 요즘인데도, 펜을 잡고 수첩에 적는 게 왜 그리도 좋은지...

이것도 아빠를 닮은 거죠? 아빠는 명필가잖아요. 노트와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놓은 아빠의 글씨들이 떠오르네요.

아빠도 글씨 쓰는 걸 좋아하셨죠? 아빠 책상의 서랍들에는 잘 써지는 펜들이 항상 여러 개 놓여 있었죠.

내가 펜을 좋아하는 게 아빠를 닮은 거였다는 것을 지금 편지를 쓰면서 깨달았어요.

나는 아빠랑 닮은 점이 참 많네요.

아빠의 좋은 점들을 제가 많이 닮아서 참 좋아요.

아빠는 멋진 사람이거든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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