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원에 보트 타기
스피드의 매력에 빠진 만4세 아들덕분에 배를 타러 souk를 찾아갔다. 햇살의 강도가 조금씩 강해지는 것을 보아하니 겨울 날씨도 이제 곧 끝날 것 같아 더 더워지기 전에 배를 태워줘야 될 것 같아서 말이다.
목조 아브라를 저렴하게 탈 수 있단 정보 입수 후 갔는데, 중동 친구들은 워낙 일하는데 여유가 있다보니 약속된 오픈 시간보다 한 시간을 늦게 온다고 타 가게 영업인이 얘기해줬다.
아, 애를 데리고 한 시간동안 뭘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찰나 아브라 옆에 고급 선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인장이 흥정하기 위해 우리를 불러세웠다.
비싼 가격을 부르기에 뒤돌아서는데, 목조 아브라 가격으로 고급 보트를 태워준다고.. ㅎㅎ
중동은 딱히 되는것도, 그렇다고 딱히 안되는 것도 없다는 속담이 딱이다.
아들 녀석은 바다 위를 가르며 질주하는 보트를 타며, 아랍음악에 춤을 추고, 내게 한 마디 던젔다.
"엄마, 나 이 보트 사고 싶어!”
아니.. 만4세밖에 안 된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얘기하지?
원래는 제트스키를 타고 싶었는데, 이 보트로라도 만족하겠다고 하더라.
아, 남자들의 스피드를 향한 갈망이 어렸을 때부터 발현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바다내음과 따사로운 햇살을 코로나 기간동안 누릴 수 있다니.. 감사가 절로 나온 시간이었다.
바다 위에서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며, 건이가 그토록 갈구하던 보트를 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했다.
비싼 가격때문에 아예 알아보지도 않았던 고급 보트 타기.
아브라 직원의 여유로운 출근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
단 돈 7500원으로.
이런 소소한 행복이 하루하루 은혜 가운데 넘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