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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Apr 16. 2021

다시, 일의 목적

프리랜서가 된 어느 디자이너

벌써 세 번째 회사를 들어갔다.


그 회사를 들어갈 당시 하나님이 주신 곳이라는 믿음으로 ‘오래 다녀야지’ 다짐했다. 이직할 때 처음으로 기도하면서 준비했으니까. 그렇지만 그곳에서도 힘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쯤 되니 왜 나는 들어가는 회사 마다 힘들까.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믿음은 믿음, 내 일은 일.

이렇게 나도 모르게 분리해 놓고 있던 부끄러운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의 일에서 매일매일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믿는다고는 하면서 ‘주님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내가 힘주고 있었던 영역은 ‘일’이었다. 그렇게 나의 힘으로 하다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당시 한 달만 더 버티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 나의 스트레스 지수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나에게

나를 못 믿겠니? 내가 너를 먹여 살려줄게. 진짜 너에게 중요한 것이 뭐니?


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여러 일을 겪고 세 번째 회사도 힘들게 그만두었다.

이번에는 퇴사 후 이직이 아닌 프리랜서를 선택했다.

프리랜서는 내가 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인데 이번 퇴사를 계기로 더 빨리 실행하게 된 것이다.

오히려 나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래,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나의 편인데 먹여 살려주시겠지!

나의 믿음을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것으로 구체화해서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싶었다.

프리랜서는 하나님께서 정말 먹여 살려 주셔야 하는 일이다.

나를 그 은혜의 물결에 내던져 보고 싶었다. 진짜 먹여 살려주시는 하나님,

살아계신 하나님을 더욱 경험하고 싶었다.

하나님 저 진짜 힘 뺄 거예요! 알아서 해주세요!
라고 패기 있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사실 작년 초에 욕심을 버리게 해 달라고, 일에 대해 자유롭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이제 와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기도를 응답해주시려고 이런 상황들을 허락하셨다.

만약 힘든 일을 겪지 않았다면 회사를 계속 다녔을 것이고, 그렇게 프리랜서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하지 못했겠지. 그리고 여전히 나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집착을 했을 것이고. 그것은 나를 더 힘들게 했을 것이다.


돌아보니 응답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퇴사를 통해 나는 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을 꿈꾸기 시작했다.

나의 일이라는 것은 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지, 이것을 내가 잘 가꾸어서 하나님을 위해 사용해야겠다!



오래전 보았던 영화 ‘에반 올 마이어 티’에 그런 대화가 나온다.

가족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면

갑자기, 어느 날, 내가 뿅 하고 변해서 가족을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상황을 허락하신다고.


하나님은 그런 분이시다.

갑자기 내가 뿅! 하고 변하는 게 아니다.

상황 속에서, 나의 시간 안에서 일하시는 분이시다.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역사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나에게 그런 상황들을 허락하셨고 그 상황 속에서 나는 일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어느 하나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하나도 없다.

하나님은 내가 이 기도를 하기를 얼마나 원하셨을까.

‘제가 하나님을 위해 일하게 해 주세요. 욕심을 내려놓게 해 주세요’


신기하게도 하나님께 순종하며 기도했더니 상황은 더 잘 흘러갔다.

하나님은 나를 위해 선물을 다 준비하고 있는데, 내가 손에 꼭 쥐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렇게 지금 나는 오래전부터 원했던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매일매일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고 있다.


하나님이 만든 아름다운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고 싶고

나 자신이 아닌 하나님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

현재 내 앞에 펼쳐진 이 길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는 모르지만, 이 길을 계속 걸어가 보려고 한다.

혼자 걷는 길이 아니니까. 내가 소망해야 할 것은 하나님 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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