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연 May 01. 2021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머리를 두 번 했다

나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미용실을 간다.

한 번은 파마, 한 번은 염색.

몇 달 전 머리를 까맣게 염색을 했으니 파마만 한다.

러니까 올해는  번만 갈 예정.


미용실을 가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머리도 아파서 자주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머리를 하는 시간이 나에게 아깝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최근 출판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겠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던 나는 아주아주 큰 맘을 먹고 미용실을 갔다.

급하게 예약을 하고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 이미지를 저장해두었다.

늘 생각은 오래 하지만 실현하는 데는 막상 몇 분 안 걸린다.

예전부터 머리 해야지 생각했었는데,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단 1분!

참 아이러니한 인생이야.


늘 가던 미용실이기 때문에 사진만 보여주면 알아서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이런저런 거 추가로 해야 된다고 하면 절대 안 하는데.

그날은 피곤해서 판단능력이 떨어진 걸까.

예상에도 없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머리를 했다.




두세 시간의 긴긴 나 자신과의 싸움 끝에...

드디어 머리를 끝냈다.

그리고 거울을 봤는데 생각보다 큰 변화가 없는 거다.

'비싸게 주고 한 머리가 이건가.'

그렇지만 너무 피곤하고 파마약 때문에 머리가 아팠던 나는 일단 미용실을 나왔다.


나오는 길에 머리가 너무 잘 안된 것 같다고 남자 친구한테 찡찡댔다.

'내가 원한 건 이 머리가 아닌데! 돈 많이 주고 했는데 이게 뭐람.'

나의 계획대로 머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의 계획대로 인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늘 가던 미용실이니까. 나는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야지.

라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계획형 인간인 나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굉장히 스트레스받는다.

항상 1년 뒤, 5년 뒤 그리고 심지어 10년 뒤 내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기도 한다.

내 계획에 없던 퇴사와 이런 작은 일들을 겪을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근데 나의 삶을 돌이켜 보니 내 생각대로 되었던 게 많지 않다.


만약 내 계획대로 되었다면 과연 그것이 나에게 정말 좋은 것, 최선의 일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 확실히 답을 못하겠다.



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나는 바뀌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힘들어한다.

'계획의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나에게 명언을 날렸다.

 계획은 계획일 뿐 must가 아니고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야


맞아. 계획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지.




5년 동안 회사를 세 군데에 다니며 입사하고 퇴사했던 게 계획에 있던 일인가?

프리랜서를 하게   계획에 있던 일인가?


아니다.

인생에서  전환점이  사건들을 보면,

하나같이! 내가 계획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들이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그 일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는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언제쯤 인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나에게 조금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남자 친구 말대로 미용실에 전화를 해서 며칠 뒤에 다시 미용실에 갔다.

두 번째로 한 파마가 너무 이쁘게  나와서 대만족 했다.

역시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