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돌아오는 것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맞지 않는 생각을 내 생각인 것처럼 하게 되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
그러다가 관성의 법칙대로.
결국 나는 그 자리로 돌아온다.
20대 초반의 나는 명품이나 비싼 물건을 사는 것 대신 경험과 배움에 투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나에게 100만 원이 생긴다면 여행을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0대 후반쯤, 주변 사람들이 명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라고 하지 않나.
나도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지만.
'30대 넘어가면 비싼 가방 하나쯤은 있어야지'
'지갑이나 가방 이제 저렴한 거는 못 들고 다니겠더라'
이런 말들을 자주 듣게 되었고 나도 어느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여행을 갔다 오며 면세점에서 40만 원짜리 지갑을 샀다.
아아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인생공부 비용이라고 생각해두자. 흑.)
로고가 짜잔! 하고 있는 그 지갑을 몇 달 동안은 잘 들고 다녔다.
그런데 역시나 나는 이런 것이 불편한 사람인가 보다.
결국 5만 원짜리 지갑을 사서 들고 다녔다.
이거도 두꺼운 것 같아서 며칠 전에는 더 얇은 카드 지갑을 샀다.
가방은 재작년에 샀던 에코백을 매고 다닌다.
(그때 백만 원짜리 가방을 안 산건 참 다행이다.)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나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닌데.
잠시 착각을 했다.
원래 그런 것에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나이 들면 다 그런 것이야'라는 말 때문에 나도 그렇게 살아야 되는 줄 알았다.
나이가 들면 정말로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렇지만 나는 아니다.
나한테는 편한 것이 최고이다.
나는 백만 원이 주어진다면 경험에 투자할 것이다.
다행히 원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각자 삶의 방식이 있다.
'다 그런 거지 뭐'
'나이 들면 다 똑같아'
'이 나이에 이 정도는 있어야지'
이런 말들로 인생에 폭력을 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흘러가는 대로,
남들이 하는 대로 살지 않기를.
나만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기를.
중요한 것은 나의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인생은 소중하니까.
에코백을 들고 편한 옷을 입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