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未結):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

by Alkislove

암 기수는 크게 4기로 나뉜다.

1,2기는 보통 완치를 목표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한다.

3,4기부터는 환자의 상태가 중하기에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 생명 연장을 위해 끝을 알 수 없는 고식적 항암치료를 한다.


암환자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끊임없는 정보의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

누군가가 ~해서 싹 나았다더라. 누군가가 ~뭐를 했더니 좋았다더라, 그냥 하지 않는 것보다 낫겠지 하는 일말의 희망과,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그런 흐름에 따라가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무척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넘긴다.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더 안 아플 수 있겠지, 더 오래 살 수 있겠지, 나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반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지금,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운이 좋으면, 더 살 수 있겠고

운이 좋지 않거나 내 때가 오면 갈 수도 있겠구나.

언제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라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잠시 머물러가는 세상이라 생각하니 하루를 보내는 일이 조금은 더 쉬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하며 느끼는 막막함과 무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인생과 미래를 운에 맡긴다는 건 어떤 느낌이 드다면,

내가 그 무엇도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기분이 든다.


몇 기가 중요할까? 그저 숫자일 뿐인데.


이 글을 적으며 마지막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고심하다가, 결국 챗지피티에 도움을 청했다.

희망과 용기를 추가해 보자는 조언도 있었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다짐을 추가해 보자는 조언도 있었지만,

내가 쓰고 싶은 선택지는 여기에는 없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나에게 긍정적인 일말의 희망을 갖고 싶지 않다.

그저 내 가장 솔직한 마음을 받아들이고,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디고, 안 되면 그냥 포기해도 괜찮다는 그런 마음을 말해주고 싶다.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는 것보다,

그냥 지금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내가 암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조금 더 스스로 내 삶의 주체성을 갖고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이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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