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을 읽다 마음을 오래 붙잡는 문장을 만났다.
ALS라는 질병을 진단받은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책의 일부를 조금 옮겨본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저는 차차 제가 아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딱히 부정도 수용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떻게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자세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저는 올해가 가기 전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엘리사베트와 함께 20년을 더 살 수도 있지요.
확실한 건 아무도 모릅니다.
미래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어떻거든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질병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곧 ‘병자’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저는 그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특히 조심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질병에 분노하진 않습니다.
신이 나 운명에 분노하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장수를 약속받은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우리 인간은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와 같습니다.
대부분의 잎은 시들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만 버티지만,
일부는 여전히 파릇파릇한 초록빛일 때 떨어지지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그동안 붙잡고 있던 생각들이 한 번에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망치로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나는 오랫동안
내 삶이 유독 불운하고, 불공평하고, 힘들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 문장은 아주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자연의 순리 앞에서,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은 없다고.
평범함조차 예외일 수 있다고.
우리는 그저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대부분의 잎이 갈색으로 변할 때 떨어진다고 해서,
초록빛일 때 떨어지는 잎이
더 불행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생각 하나 때문에 그토록 오래 괴로워했던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마도 나는
그 누구보다도 내 삶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랑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