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죽음을 준비했던 지난날의 나에게

by Alkislove

이 글은 내가 가장 깊숙이 숨겨왔던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다.


그리고 어쩌면,

나조차도 들여다보기 두려웠던 이야기이기도 한다.


나는 오랫동안 그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버리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나를 가장 덜 아프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최악의 순간 내가 무너지는 상황을 대비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오늘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말로 꺼내어 누군가에게 전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털어놓고 난 후 마음이 어쩐지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편했고, 더 창피했고, 더 불안했다.


그렇다.


나는 매일 죽음을 정리했다.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살았다.

내일의 나를 지우고, 내가 꿈꾸던 미래의 나도 지웠다.

미래라는 건 애초에 의미가 없었다.


다가올 시간, 내가 살아내야 할 내일이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죽을 때 가장 깨끗하게 죽는 방법이 뭘까?'


통장 비밀번호를 정리하고,

내가 그동안 적어둔 일기장들을 정리하고

내가 사라진 뒤 남겨진 문제들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상조회사는 어디가 괜찮을지,

혹시 남겨질 빚은 없는지,

내가 떠난 자리에 남을 그 무엇도 번거롭지 않게 정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매일매일 그런 생각에 잠기니

하루하루가 재미있을 리 없었다.


삶은 의미가 없었고,

가치는 흐릿해졌고,

그저 '오늘을 버티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내가 가장 두려웠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다.


혹여라도 기적의 신약이 개발되어

정말 오래 살아야 하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


매일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왔는데

내게 살아갈 시간이 길게 주어진다면

그건 나에게 축복이 아니라 절망일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바꾸고 싶어도, 잊고 싶어도

그 생각은 내가 원하지 않는 순간에도 조용히 떠오른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꿈꾸던 미래는 뭐였지?


현재의 내 상황이 도저히 만족스럽지 않아서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시간조차

감사로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사실 이 순간은 기적 같은 시간일 수도 있는데

나는 그 기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참 어리석은 인간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오랫동안 두려움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일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왔던 지난날의 나에게

이제는 말해주고 싶다.


"너는 최선을 다해서 버티고 있었어."

"그 방식이 어쩔 수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이제는,

죽음을 준비하던 마음의 일부를

조금씩 오늘로 돌려보자.


완벽하게 살아내지 못해도 괜찮아.

아직 잘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을 포기하지 않은 내가

분명히 여기 남아있으니까.


그저 내일을 상상하는 연습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