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와 잠들기 전에 항상 꼭 하는 대화가 있다. 오늘은 좋았던 일이 무엇인지, 어떤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무슨 꿈을 꿀건지. 이 세 가지를 서로 묻고 대답한다. 6살 때부터 시작해서 7살인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꿈을 꿀 건지는 반복되는 내용이 많아서 그런지 생략되는 경우도 많다. 사실 감사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아직 어려서인지 위의 내용을 더 좋아해서 진행 중이다.
잠들기 전에는 거실에서 다 같이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노는 분위기라 그나마 자기 전 불을 끄고 누운 상태가 돼서야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나는 이런 시간이 참 소중했다. 낮에는 말해주지 않은 유치원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해주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말해 준다. 그리고 엄마가 출근해서 어떤 일을 했는지와 그날의 나의 기분도 궁금해하기도 한다. 나의 일과는 최대한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을 해준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어 좋고, 내가 아이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말들을 해주고자 했지만 막상 아이의 대답에 내가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세 가지 문답을 서로 주고받고 나면 항상 "잘 자, 사랑해"라며 인사를 하고 마무리를 한다. 하루 일과 중에 사랑한다는 말을 못 챙기는 때도 있어 매일 밤 대화의 시간에 나만의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하루는 여느 날과 같이 인사를 건넸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도 잘 자, 사랑해. 나는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너무 좋아"
엄마들은 알 거다. 이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고 감동으로 다가오는지를.
그래서 나도 아이에게 대답을 했다.
“엄마도 네가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얼마나 좋은지 너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야!"
이 말이 아이에게도 감동이 되었는지 그 뒤로 가끔 ‘엄마 나는 엄마 아들로 태어나서 너무 좋아’라는 말을 먼저 해준다. 자신이 엄마의 아들이라 너무 좋다고. 한쪽 팔로 나를 감싸 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한쪽 다리마저 나의 다리를 감싸 안으며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또 어느 날은 내가 물었다. 엄마가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아이는 ‘그냥 지금의 우리 엄마. 지금 모습 그대로면 돼’라고 답해서 또 찡한 감동을 받았다.
잘못한 일이나 행동 때문에 많이 혼난 날에는 자기 전 대화의 시간을 빌어 이렇게 말해주었다.
“엄마, 아빠는 네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행동에 대해 혼내는 거지 네가 싫어서 혼내는 건 아니야. 엄마, 아빠가 너를 싫어할 수는 없어. 왜냐하면 너무나도 소중한 아들이니까.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그럼 아이는 다행히도 확신의 대답을 한다.
"응, 엄마!"
이렇게 잠들기 전 대화의 시간을 통해 나의 마음도 전하고 아이의 마음도 조금 들여다볼 수 있어 이 시간은 나에겐 더없이 소중하고 빼먹을 수 없는 하루 일과이다. 나중에 커서 수면을 분리하는 시기가 오면 이 시간들이 참 그리울 것만 같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아이의 마음을 한껏 보듬어주고 나의 사랑도 듬뿍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