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는 사투리일 뿐

by 비비드 드림

내 고향은 경남이다. 19년을 경남 사투리를 쓰며 자라났고 스무 살부터는 경북에서 지내서 경남과 경북의 사투리를 적당히 섞어가며 써 왔었다. 사투리를 잘 모르는 사람은 어차피 같은 경상도인데 같은 사투리 아니냐 하겠지만 듣고 보면 충분히 구분이 될 정도로 명확한 차이가 있었고 그 사이에서 나는 적당히 섞인 어설픈 사투리를 구사했었다.


스물다섯 살이 되었을 때 인천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업무라 강한 억양 사용과 단어 등에 대한 피드백을 받게 되어 교정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그 덕에 지금은 내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지방이 고향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주변 지인들도 그렇고 유독 사투리 억양이 잘 고쳐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투리 억양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나도 그냥 편하게 신경 쓰지 않고 사투리 쓰며 지내도 되지 않았을까.


그러다 얼마 전 강동원 배우님이 나온 프로그램을 봤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었지만 약간의 억양을 가지고 있는 걸 캐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멋있었다. 외적인 것을 떠나 본인의 커리어를 쌓아 자리를 잡은 당당함이 멋있었다. 그러면서 인지도가 있는 다른 방송인들도 떠올랐다. 하나같이 그들은 사투리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 나도 그렇게까지 기를 쓰고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중요한 건 표준어와 사투리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였던 건데 내가 너무 사소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괜찮고 멋있는 사람이라면 사투리를 쓰든 안 쓰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예민한 성격상 말하는 중에 약간의 사투리 억양이 나와도 신경을 써 왔던 나였는데, 이제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사투리 사용이 나를 나타냄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기에 그보다는 더 중요한 부분을 신경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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