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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아이

by 비비드 드림

첫째 아이는 외형적으로 엄마를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어릴 때보단 클수록 많이 들었다. 나는 눈, 코, 입 하나하나를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나를 얼마나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전체적인 느낌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외모만 나를 닮은 건 아닌 것 같다. 성격이나 하는 행동들에서도 어릴 적 내 모습이나 내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떠 오를 때가 있다.


내가 첫째 아이 정도의 나이였을 때 당연히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놀 때 주변 사람들의 눈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시끄럽게 웃어서 자주 혼나기도 했다. 유치원 교실에서 몇 명이서 놀고 있다가 너무 시끄럽게 웃었다고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엄마나 언니에게 꼭 붙어 있는 것을 좋아했고, 엄마가 가는 데마다 따라가고 싶어 하고 어느 정도 큰 후에도 엄마 무르팍에 앉는 것을 좋아했다. 흔히 말해 질척거리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엄마가 귀찮아할 거라는 것까진 나의 고려대상이 아니었고 다행히도 내 기억에 엄마가 귀찮아했던 기억은 없다.(나 혼자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눈물이 많았다. 내 분에 못 이겨 울기도 했고 사소한 말이나 꾸중에도 상처를 받아 눈물을 많이 흘렸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들이 첫째 아이에게서 보인다. 내가 보여서일까. 그런 포인트가 보일 때 이상하게도 나는 더 화를 내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성격이나 모습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데 피는 못 속이는 게 맞나 보다.


다행인 것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나 스스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모습들을 고치려고 노력했고 현재는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있으니 우리 아이도 충분히 크면서 변할 수 있겠다 하는 것이다.


나를 닮아, 그리고 닮지 않아 보기 좋은 모습들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게 점점 본인의 성격이나 모습을 찾아가겠지. 멋지게 자라서 오히려 내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모습이 되어 있을 날을 상상해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시간은 금방 갈 테니 기분 좋게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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