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이 가져다 준 설레임

by 비비드 드림

요즘 유치원에서는 월요일에 등원을 하면 주말에 어디 갔는지, 어떻게 보냈는지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는 그렇다는 걸 들은 적 있지만 첫째 아이가 유치원 입학할 때부터 코로나 시기로 오리엔테이션도 생략하고 행사나 활동 등이 일절 없었기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다.


지난 주말, 가족과 같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그날이 휴일인 것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우리 가족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차가 없지?' 이야기하며 갔는데 도착하고 보니 휴일이었던 것이다. 갈 곳을 잃은 우리는 근처 맥도날드로 가서 다 같이 햄버거와 감자튀김, 치즈스틱을 시켜 맛있게 점심을 해결했다. 다 먹은 뒤에 딱히 할 게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이가 말했다.


"주말 지나서 유치원 가면 또 뭐 했는지 물어보는데, 나는 추석 때 독감 걸려서 집에만 있었다고 말했어.

그러니깐 오늘 어디든 놀러 갈래."


순간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처음 등원을 했던 날 아이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이 와서 나에게 전달해 준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추석 때 어디 갔는지, 뭐 하고 놀았는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우리 아이는 가족이 다 독감 걸려서 집에만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첫째 아이가 걸린 뒤 둘째 아이와, 나 연속으로 쭉 걸려서 집과 병원 외에는 간 곳이 없었다.) 그 뒤에 아이의 표정이 조금 밝지 않은 것 같아서 그것 때문인지 물어볼까 하다가 오히려 물어보면 아이가 인지하지 못했다가 오히려 더 상기시켜 주는 상황이 될까 봐 아무 말을 안 했다고 한다. 그러니 속상해 하는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 달라는 이야기였다.


아이의 요구를 듣고 선생님의 말도 생각이 난지라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이전에 가고 싶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 트릭아트 박물관을 급하게 검색하여 파주로 바로 이동하자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마트만 다녀올 생각 해 대충 편한 복장으로 입고 나왔었는데 갑자기 놀러 가자는 우리의 요구에 당황했다. 항상 우리끼리 하는 말로 '누가 보냐'며, 바로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하고 차를 타고 파주로 이동했다.


파주의 헤이리 마을 안에 있는 트릭아트 박물관에 드디어 도착.

결혼 전에는 여러 번 놀러 갔었던 헤이리 마을이다. 출산 후 아울렛은 여러 번 갔었는데 아이들과 헤이리 마을은 처음인 것 같아 괜히 내가 더 신나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입장해서 첫째 아이가 진심을 다해 포즈를 취하면 나는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렇게 신나 하는데 진작에 올 걸 그랬나 보다. 둘째 아이는 마냥 신나서 콩콩 뛰어다니고 오빠만 졸졸 따라다니기 바빠 사진은 많이 남기지 못했지만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밖으로 나와 진행 중인 마켓을 구경하는데 또 다른 박물관을 가리키며 친구가 다녀온 곳인데 자기도 가 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또 무조건 가야겠다고 주장하는 아이 때문에 세계민속악기박물관까지 구경을 했다. 구경만 하면 서운했는지 우쿨렐레 만들기 체험까지 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파주 나들이를 한 우리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운 마음이 들어 내친김에 근처 아울렛까지 방문하는 열정을 선보였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의 다리는 욱신욱신 거려 얼른 휴족시간(많이 걸어 다리가 아픈날 내가 애용하는 상품이다.) 을 붙여달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아울렛에서 사람이 많아 저녁을 포기하고 우리는 집에 와서 편하게 족발을 시켜 먹었다.


의도치 않게 흘러간 하루였다.

계획은 없었지만 아이들과 갑자기 근교 나들이를 했고 아이들이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결국 힘들어도 웃음과 추억이 남는 하루가 완성되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갑자기 놀러 가자는 요구도 없었을 것이고 그에 반응하는 우리도 없었겠지. 아이들 덕에 나의 휴대폰 사진 앱에는 또 새로운 추억이 한가득 사진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디로 놀러 갈지 검색을 소홀히 했던 나를 조금은 반성해 보며 아이들에게 주말마다 좋은 추억을 남겨줄 수 있도록 조금 더 노력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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