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큼이나 즐거웠던 운동회

by 비비드 드림

아이가 유치원 입학 후 처음으로 운동회를 하게 되었다. 운동회는 초등학교나 가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원래는 유치원 입학하고 5살 때부터도 했다고 한다. 아이가 입학하고 2년 정도가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기간이라 아무런 활동이 없어서 몰랐던 거였다.


약 한 달 정도 전부터 유치원에서는 가을 운동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알림장을 통해 알려왔다. 알림장 확인을 미처 못하고 놓치는 일들이 많아서 이번만큼은 스케줄 어플에 ‘운동회’라고 저장을 해두었다.


우리 아이의 첫 운동회인 만큼 아이의 아빠도 나도 회사에 연차를 내고 참석하기로 했다. 운동회 전날 아이는 너무 설렌다며 잠도 설쳤고 나도 괜스레 알게 모르게 긴장이 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23년 10월 13일.

아이의 첫 운동회.


유치원이 아닌 동네 체육공원으로 모였는데 5살부터 7살까지 전 학년이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참석한 아이와 가족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것에 적잖이 놀랐다. 코로나 시기였다가 오랜만에 개최한 운동회이기도 하기에 대부분의 가족들이 참석을 한 것 같았다.


아이도 아이의 가족도 모두 무슨 반, 이름이 기재가 되어있는 스티커를 배 쪽에 붙였다. 의도치 않게 같은 반 친구들 중 이름만 알고 있었던 부모님들의 얼굴까지 다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우리 가족도 다른 가족에게 노출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50M 달리기를 시작으로 해서 아빠 달리기, 엄마 달리기가 쭉 진행되었다. 엄마 달리기를 할 때 아이가 나에게 꼭 나가라고 했지만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노래가 나와서 춤을 춰야 하는 달리기인 것을 파악하고 나서는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대신 아빠는 달리기를 나갔는데 중간쯤 가면 사회자가 스케치북을 펼쳐 보였고 적혀있는 행동을 한 후에 마저 달리수가 있는 방식이었다. 양말 4짝 가져오기, 볼에 립스틱 자국 묻혀오기, 동전 가져오기, 담임선생님 업고 달리기, 코끼리 코 5바퀴 돌기 등 대체로 재밌는 항목들이어서 너무 재밌게 구경을 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어릴 때 했던 운동회 달리기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모두가 예측 불가한 상황을 재밌어하기에 지금까지 변화가 없었을 것 같다.


드디어 긴장되는 아이 아빠의 순서.

덩달아 긴장된 나도 손에 땀이 나는 것만 같았다. 속으로 열심히 기도했다. 제발 넘어지지만 말라고. ‘준비 땅’ 소리와 함께 최선을 다해 달리는 남편을 나는 열심히 응원했고 멀리서 보니 아이도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아빠를 응원하고 있었다.


중간에 사회자가 보여준 스케치북에는 ‘팔 굽혀 펴기 5번’이 적혀있었다. 조금 멀어서 글자가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는데 힘껏 달려가던 아빠들이 갑자기 일제히 엎드려 팔 굽혀 펴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되었다.

최선을 다해 뛰어 들어간 아이 아빠는 3등을 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아이는 자기 아빠가 달리기를 나갔고 팔 굽혀 펴기를 했는데 3등이나 했다며 너무 신나고 즐거워했다.


그 이후로도 종목은 쭉 진행이 되었다. 공 던져서 박 터트리기, 줄다리기, 공중 천 위로 달리기. 계주까지.

중간에 점심 겸 간식 시간의 쉬는 시간을 빼고 끊임없이 진행이 되어 무사히 운동회가 마무리되었다.


아이는 운동회가 처음이었는데 엄마 아빠와 함께해서 더 재밌었다고 했다. 팀을 나눠 응원도 하고 경기도 참여하고 아빠까지 달리기를 해서 너무나도 즐거웠다고. 아직도 ‘그때 그랬잖아’ 하며 운동회 얘기를 꺼내곤 한다.

오롯이 아이가 기대해서, 아이의 요청으로 참여했던 운동회였다. 하지만 남편도 나도 한 번씩 계속 언급하는 걸 보면 결국 우리도 즐거웠던 운동회였다. 이렇게 두고두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추억을 선물 받은 것 같아 너무나 좋고 유치원 졸업 전에 코로나가 괜찮아져 운동회를 경험해 볼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운동회를 경험할 수 있겠지? 그땐 규모가 더 커질 텐데 지금부터 운동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이렇게 입으로만 계속 운동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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