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친구가 팔을 물었어요

by 비비드 드림

얼마 전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친구가 아이의 팔을 물어서 빨갛게 부어올라 연락을 드린다고. 그때 일을 하던 중이었고 카톡으로 전달받은 사진을 보니 이빨 자국으로 보이는 부분과 빨갛게 이미 조금 부어있는 모습이었다. 선생님은 자조치종과 미안한 마음을 장문으로 먼저 전달을 하셨다.


그 친구가 그날 아침부터 피곤해했고 낮잠시간이 채 되기 전에 미리 잠이 들었다고 했다. 점심을 먹은 후 다른 친구들이 “친구야 일어나”를 몇 번 했고, 우리 아이가 마지막으로 “친구야 치카하자 일어나”라고 했을 때 친구가 갑자기 확 일어나서 팔을 ‘앙’ 하고 물었다는 것이다.


물린 팔의 모습을 봤을 때 속상하긴 했지만 어린이집 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알겠다고 괜찮다고 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그래도 마음이 불편했는지 또 전화를 주셨다.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 친구들 치카한 것들을 정리하는 중에 일어난 일이라 본인도 너무 속상하다고 그리고 죄송하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나는 아이들을 보다 보면 순식간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거 다 아니 괜찮다, 아이만 잘 달래주고 약만 좀 발라 주시라고 전달했다.


그날 하원할 때 할머니(어머님이 하원을 도와주신다)에게도 거듭 사과를 드렸다고 하고 다음날이 되어서도 또 연락을 주셨다. 친구 부모님께도 말씀드려서 너무 놀라신 상태고 죄송하다고 전달을 부탁하셨다 했고 아이 편에 뽀로로 밴드와 쿠키도 챙겨 넣어 주셨다.


지금은 멍 연고를 며칠 발라 줬더니 멍도 조금 줄어들었고 아이도 물린 거에 대해 크게 속상해하거나 계속 말을 꺼내거나 하진 않는다. 할머니가 ‘그 친구 할머니가 혼내줄까?’ 했더니 안된다고 ‘하지 마’라고 했다고 한다. 그 후에 친구가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사과하고 아이도 ’괜찮아‘라고 사과를 받아줬다는 말도 선생님께 전해 들었다. 3살 아이가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집에서는 긁히고 물리고 때리는 사고들이 어쩔 수 없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나이가 어릴 수록 말로 의사전달을 정확히 못할 때 손과 입 등 행동이 먼저 나간다고 했다. 아무리 선생님이 신경 써서 케어를 해주신다고 해도 분명히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 년 전에는 나도 지금처럼 무덤덤하게 받아넘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 친구가 아이의 얼굴을 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아이가 물려온 게 처음이기도 했고 얼굴이라는 사실에도 충격을 받고 너무 놀라 걱정이 많이 되었었다. 그래서 선생님과 통화를 하는데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한 걸 꾹 참기도 했었다. 선생님은 내 목소리를 듣고 아마 눈치 채셨을거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나를 유난스러운 엄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돌이 좀 지났을 때였으니 더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마저도 합리화시킬 이유를 찾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도 친구가 아이의 머리를 우드주걱으로 때렸다고 연락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근데 첫 번째 물린 경험 이후로는 조금은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렇게나 흔한 일이구나. 선생님이 양쪽 부모에게 대처를 잘해주시고 아이도 더 신경 써서 보살펴 주실테니 내가 그 부분에 있어서 걱정을 한다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아이가 물린 곳에 상처가 남지는 않는지 감정적으로 놀랐거나 속상한 부분이 없는지만 케어해 주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도 결국엔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이번에 아이가 물렸을 때 내가 첫째 아이의 엄마였고 처음이었다면 또 다르게 반응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첫째 아이가 물렸을 때 내가 보였던 반응들도 다시 한번 되짚어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앞으로 유치원, 초등학교까지 가게 되면 또 더 다양한 일들이 생기겠지. 그때마다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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