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나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준다.

by 비비드 드림

"아이를 보면 부모가 보인다"


이 말은 아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알 만큼 유명한 말이다. 최근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내 모습을 보며 나 스스로 내 민낯은 우리 아이들이 제일 많이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과 딸의 성향 차이도 있겠지만 성별을 떠나 아이 자체의 기질도 차이가 있기에 자꾸만 첫째 아이에게만 큰소리를 내는 일이 많다. 양치를 하러 오라고 불러도 한 번에 오지 않고 옷을 입으라고 말해도 한두 번 말해서는 절대 입지 않고 그저 신나게 놀기만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최대한 큰 소리로 아이가 상처를 입을 만한 단어들을 골라 화를 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특히나 내가 피곤하거나 잠을 못 자서 예민해 있을 땐 평소 수준으로 말을 듣지 않는 모습에도 불 같이 큰소리로 화를 내기도 한다. 소리를 내뱉음과 동시에 마음속으로 후회가 밀려들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얼마 전 장거리 운전을 다녀온 날 잠자리에 누웠다. 전날 늦게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움직여야 했던지라 몸도 너무나 무겁고 피곤했다. 게다가 긴장을 하며 운전을 했기에 긴장이 풀리면서 큰 무게감으로 피곤이 온 몸을 덮쳤다. 속닥속닥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고는 "잘 자,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이제 자려는데 아이는 자꾸만 말을 걸고 동생과 장난을 치고 시시덕거렸다. 평소 같으면 동생이랑 잘 지낸다고 좋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부분인데 그날은 단지 내가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로 어김없이 소리를 빽 질러댔다.


"엄마가 자라고 했지! 동생이랑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 계속 움직이지 좀 말고 그냥 자!"


내가 큰 소리를 갑자기 버럭 내니 첫째 아이는 당황해서 굳은 것 같았고 둘째 아이는 "엄마 하지 마"라고 했다. 순간적으로 밀려드는 후회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바로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이 또 실망스러웠지만 그 순간 무엇보다도 빨리 잠들고 싶다는 욕구가 다른 어떤 마음들을 이겼기 때문에 또 일단 잠부터 청했다.


나중에 꼭 아이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또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잊고 지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먼저 며칠 전에 엄마가 화를 내서 속상했다고 말을 할 때도 있다. 먼저 말해주면 정말이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다. 단지 내 아들일 뿐,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내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혼내도 되는 대상도 아닌데. 별 생각이 다 든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언제든 나의 최악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돌아서면 후회하지만 매번 제대로 사과도 못하는 내 모습이 싫다. 그럼에도 나를 엄마라고 무조건 사랑해 주는, 엄마 밖에 없다는 아이들을 보면서 후회하면서도 배우고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게 된다.


삶의 원동력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우리 아이들.

오늘은 자기 전에 아이에게 그동안 화냈던 것들을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린이집에서 친구가 팔을 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