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잠들기 전, 아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궁금한 마음에 첫째 아이에게 물었다.
“아빠는 엄마 사랑하는 거 같아?”
“응”
“그럼 엄마는 아빠 사랑하는 거 같아?”
“응”
“엄마 아빠는 서로 사랑하고 행복해 보여?”
“응”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단순히 아이의 시선으로 볼 때 엄마 아빠는 어떻게 보이는지가 궁금했던 것 같다. 여기까지 대답을 들었더니 이제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아빠랑 어떻게 만났어?”
“엄마 아는 사람이 아빠를 소개해줬어 “
“아빠 처음 보고 어땠어? 좋았어? 아빠 보자마자 아빠랑 결혼해야지 했어?”
“아니? 그냥 그랬는데?”
“왜??!!!!! 아빠 좋잖아~ 좋은 사람이잖아! “
어떻게 만났는지 묻는 것까진 궁금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어서 물은 질문은 뜻밖이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미 결혼을 해서 살고 있으니 당연히 보자마자 결혼할 줄 알았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아니라고 하니 너무 놀라면서 큰소리로 왜냐고 물었다. 이유는 아빠가 좋은 사람이라서.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아이에게 아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당연히 좋은 사람이지. 그런데 처음 보자마자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데 어떻게 결혼해야지 생각을 하겠어~. 그렇지만 만나고 보니 좋은 사람인 걸 알아서 결혼해서 지금처럼 잘 살고 있는 거지. “
아이에게 잘 설명을 해주니 이해하고 수긍했다.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혹은 본인이 원하는 답을 들어서인지 그 대화를 끝으로 아이는 잠이 들었다.
어릴 때 내 기억 속에 있는 우리 부모님은 언제 어느 순간 어느 누가 보아도 항상 사이가 좋은 잉꼬부부는 아니었다.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 그냥 평범한 부부 사이였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무의식에 약간의 결핍이 있었던 걸까.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사이가 좋은 부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런 질문까지 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아이가 있는 데서 남편과 약간의 언쟁 아닌 언쟁을 한 적이 있었다.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했는데 너무 귀찮아서 하기 싫은 티를 좀 냈더니 남편이 자기가 혼자 알아서 하겠다고 버럭 한 것이었다. 이미 몇 년을 함께 생활했던 지라 나는 그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고 그냥 내일 대충 이렇게 하면 풀리겠다 생각이 들어서 아무렇지 않게 넘겼었다. 그런데 그날 밤, 아이가 나에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엄마, 아빠가 혼자 다 하겠다는 엄마 괜찮아?”
정말이지 아이의 생각이 너무 웃겨서 혼났다. 아이는 아빠가 혼자 다 하겠다고 한 게 엄마는 못하니깐 속상하지 않냐는 거였다. 정작 나는 하기 싫어서 그랬던 건데. 아이가 너무 귀엽고 웃겨서 혼자 엄청 웃다가 아이에게 엄마는 괜찮다고, 아빠가 혼자 다 하면 엄마는 좋다고 했다. 그러고 남편에게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며 같이 웃고 넘기기도 했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대화하는 중에 큰소리가 나면 내용까지는 파악하지 못해도 분위기, 부모의 감정선들은 다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아이가 있을 때에는 자제하고 아이가 없을 때 다시 얘기를 하고 풀던지 하고자 한다. 물론 티격태격해도 아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도 이런 사소한 상황들이 어쩔 수 없이 많이 생기겠지만, 아이의 기억에 상처가 될 만한 상황이나 불안함을 심어주는 상황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그만큼 더 노력하고자 한다. 지금처럼 나중에 다시 물어도 우리 엄마 아빠는 사이가 좋다고,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