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나이터울은 4살이다. 첫째 아이와 말이 통하는 상태에서 둘째 아이가 태어나다 보니 육아 부분에 있어서 조금은 수월한 부분이 있었다. 둘째 계획이 없었을 때부터 만약 둘째를 갖게 된다면 4살 터울로 갖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었다. 역시 상상은 현실이 되는 게 맞는 게 결국 네 살 터울의 둘째 아이를 갖게 된 것이다.
아이가 하나였을 땐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정하는 데 있어 모든 중심은 그 아이였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거나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면 거기에 맞춰 가면 됐기 때문에 선택에 있어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둘째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얘기가 정말 달라진다.
요즘은 남편이 주말에 많이 쉬는 편이지만 둘째 아이가 어릴 땐 주말에 보통 혼자서 아이들을 보는 일이 다반사였다. 첫째 아이는 남자아이라 활동적인 것들을 좋아했는데 동생이 어리다 보니 덥거나 추울 때 야외 같은 곳은 제약이 많았다. 분유도 먹이고 기저귀도 수시로 갈아야 했기 때문에 실내 위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아이가 키즈카페를 한동안 너무 안 갔다며 주말에 꼭 가고 싶다고 말을 했다. 남편이 없는 주말이었던 날이라 가기 전부터 나는 아이에게 여러 번 일러두었다.
“키즈카페에 가도 엄마는 동생을 봐야 하니까 네가 혼자 왔다 갔다 하면서 놀아야 해. “
엄마 껌딱지 성향인 첫째라 어디를 가도 엄마가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안보이거나 없으면 불안해했기 때문에 미리 그 부분을 얘기했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한 후에야 키즈카페로 갔다. 첫째 아이는 놀다가 잠시 들러서 엄마가 있는지 확인하고 또 다른 데 가서 놀고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그동안 둘째 아이는 잠이 들었고 나는 아기띠를 한 채로 한 시간 넘게 앉지도 못하고 서 있기만 했었다. 그럼에도 첫째 아이가 즐겁고 신나게 시간을 보낸 것에 만족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내가 아이 둘을 케어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면 대체적으로 시도를 하게 되었고 혼자서 둘을 데리고 외출을 함에 있어 조금씩 자신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지금은 둘째 아이가 어느덧 3살이 되었다. 놀이터에서도 신나게 뛰어놀고 재잘재잘 시끄럽게 말도 많이 하다 보니 그만큼 자기 의사표현도 정확하게 하고 있다. 마냥 어려서 누워만 있고 기어 다니고 할 때 보다 함께 외출할 때 갈 수 있는 공간이 더 다양해졌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지난 토요일, 첫째 아이가 며칠 전부터 계속 말했던 앵무새 카페를 가고 싶다고 졸랐다. 여러 번 갔던 적이 있었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았었는지 자꾸만 또 가자고 해서 오랜만에 혼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앵무새 카페를 방문했다.
손님들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두 아이는 신나게 돌아다니며 앵무새들에게 모이를 주기 바빴다. 둘째 아이는 당차게 혼자 모이를 주다가 앵무새가 물어서(정확히 말하면 모이가 있는 줄 알고 손을 앙 한 것 같다) 크게 울기도 했지만 또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신나게 놀았다. 큰 앵무새가 물어서인지 사장님이 작은 새 두 마리를 더 꺼내 주셨고 첫째 아이는 손이며 어깨에 그 작은 새들을 올린 채 걸어 다니기도 했다. 마냥 즐겁기만 하던 시간이 지속되나 싶었는데 역시나 둘째 아이가 집에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엄마, 집에 가자. 엄마, 우리 이제 가자. 엄마, 집에 가자. 엄마, 우리 이제 가자”
둘째 아이는 엄마가 들어줄 때까지 말을 하는 편이다. 지금이 그런 시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조금만 있다 가자, 오빠가 조금 더 놀고 싶어 하니까 조금 기다려 주자라고 말하며 달랬는데 오래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제 또 첫째 아이를 설득해야 한다. 한참 신나게 놀고 있는데 집에 가자고 하니 당연히 가기 싫다고 했고 내가 열심히 어르고 달랜 끝에야 겨우 나올 수 있었다.
토요일을 그렇게 보내고 일요일엔 공원에 가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야속하게도 비가 왔다. 비 오는 날은 실내로 가야 하니 만만한 게 키즈카페다. 집 앞에 새로 생겼던 키즈카페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도 했고 너무 큰 아이들은 가지 않을 것 같은 곳이라 두 아이를 데리고 갔다. 조금 크니 둘이 같이 놀기도 하고 또 각자 좋아하는 구역에서 알아서 놀기도 했다. 웬일로 혼자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왔나 하고 잠시 굉장히 행복해졌었다.
그런데 이제는 또 첫째 아이가 시작이다. 옆에 와서는 집에 가자고 말하기 시작해서 전날 둘째 아이에게 달랬듯이 첫째 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엄마와 오빠의 대화를 들은 둘째 아이는 더 놀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까지만 놀고 가자고 약속했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고 두 아이에게 사탕을 사주고 기분 좋게 나올 수 있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상황들인 것 같다. 토요일만 해도 첫째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혼자였다면 놀고 싶은 만큼 충분히 더 놀고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동생이랑 같이 가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나와야 했으니 말이다. 일요일도 그만 놀고 싶었지만 동생이 더 놀고 싶어 하니 기다려 주었고.
그동안 내가 동생에게만 맞추며 첫째 아이에게 양보를 강요하진 않았나 잠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들로 인해 첫째 아이도 배려라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가 원하는 데로 다 맞춰줬다면 그렇지 않은 상황을 점차 받아들이기 힘들어질 테니.
결국 어떠한 경험도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없다.
첫째 아이가 이런 상황들을 통해 동생 때문에 내가 손해라고 불평불만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배려’라는 것을 알고 익히며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둘째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그 아이 또한 오빠에게 배려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싸우지 않고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