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의 소신
지난 주말 오랜만에 가족과 여행을 갔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여행의 목적에서부터 여행지 선정, 여행 일정 등의 중심은 언제나 아이들이다. 차를 오래 타지 않는, 장거리가 아닌 지역으로 좁히고 관광보다는 호캉스나 리조트를 선택하기로 했다. 리조트 안에 워터파크와 키즈카페, 첫째 아이가 놀만한 실내 스포츠 놀이가 가능한 곳도 있기에 거기로 예약을 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긴 한 것 같다. 첫째 아이만 데리고 친구들과 놀러 다녀오고 당일로 놀러 다니긴 했지만 우리 가족이 다 같이 함께 1박 2일 여행 가는 게 이렇게 오랜만이라니. 새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출발하는 날 아침, 둘째 아이의 감기가 채 낫지 않아서 아침부터 소아과 오픈런을 해야 했고 그 일정 때문에 출발이 늦어졌다. 도착해서 원래는 바로 워터파크에서 놀고 체크인을 할 생각이었지만 운영 마감시간을 고려하니 시간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라 워터파크는 다음날 가기로 일정을 급 변경했다. 대신 키즈카페와 다른 데서 시간을 보내고 놀았다.
저녁은 근처에 후기가 좋은 고깃집으로 갔다. 가는 길에 잠이 들었던 둘째 아이는 도착해서 잠이 좀 깼나 싶었더니 음식이 채 나오기도 전에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의자 두 개를 붙여놓고 아이는 재우고 그 덕분(?)에 조금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다 먹을 때까지 잠이 깨지 않았던 아이를 다시 안아 들고 차를 타러 나갔는데 그제야 잠이 깼나 보다. 차를 타고 리조트로 돌아가는데 배가 고프다고 맘마를 달란다. 타이밍이 어쩜 이렇게 안 맞을까.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행은 변수의 연속이다.
리조트에 있는 편의점에서 대충 미역국밥을 사서 둘째 아이 저녁을 먹였다. 목욕도 하고 조금 쉬다가 우리는 치킨을 시켜 먹고 다 같이 쉬었다. 평소 잠드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니 둘째 아이가 졸렸나 보다.
“엄마, 이제 우리 집에 가자!”
“응? 아니야, 우리 오늘 여기서 잘 거야~”
“아니야, 우리 집에 가자!”
“우리 다 같이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집에 가자~”
“엄마 아니야! 집에 갈 거야! 집에 가자!”
“졸려? 코 자고 싶어? 그럼 우리 방에 들어가서 같이 코 자자~”
“아니야ㅠㅠ 집에 가자. 집에 가서 자자 ㅠㅠ“
결국 아이는 집에 가자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한동안 계속 웃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는 우리가 외식하느라 좀 늦어져서 졸리면 항상 ‘엄마 이제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가자’ 하고 말해왔었다. 그럼 졸리는구나 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갔었는데 당연히 집이 아니고 이제 졸리니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게 왜 이렇게 귀엽던지. 잠은 집에 가서 자야 한다는 것만은 제대로 잡혀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안심이 되기도 했고 한편으론 여행을 너무 안 다녀서 낯설어하는 것 같아 여행을 조금 더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방에 들어가서 누워서 자는 것도 싫다고 안아달라고 해서 오랜만에 31개월 아이를 안고 방안을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며 잠을 재웠다. 피곤했을 텐데 낯선 환경이라 그런지 잠이 드는데도 꽤 오래 걸렸다.
잠을 재우고 남편과 맥주 한잔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둘째가 남편을 닮았나 보다며, 술을 마시고 취해도 무조건 집은 잘 찾아서 오는데 아빠를 닮았나 보다고. 이런 것도 닮냐며 웃으면서 수다를 떨면서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