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빠가 갑자기 아프게 되어 급하게 병원에 내려갔던 일이 있었다. 그때 둘째 아이까지는 너무 어려 시댁에 맡긴 후 첫째 아이만 데리고 지방 병원으로 내려갔었다. 셋이서 같이 병원으로 갔었지만 응급실에 계신 아빠 곁에 나는 상주했어야 했기 때문에 남편과 아이는 근처에 숙소를 잡고 쉴 수 있도록 했었다. 다음날이 되어 아빠의 컨디션이 호전되었음을 확인하고 남편과 아이까지 계속 지방에 있을 이유가 없어져 올라가게끔 했었다.
아이가 며칠이 지나고 그때의 일을 꺼내며 말했다.
"엄마, 왜 자꾸 할아버지 병원에 가는 거야?"
"응. 할아버지가 아프시니 보살펴 드려야지."
"엄마가 안 하면 안 되는 거야?"
이번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수시로 아프셨던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 왔다 갔다 했었고, 간병을 위해 며칠 집에 못 들어가기도 했었던 터였다. 아이는 엄마의 빈자리가 싫어 아마도 이렇게 물어본 것 같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안 계시잖아. 혼자서 계실 수는 없고 엄마가 딸이니 보살펴 드려야지. 나중에 엄마가 아프면 너도 똑같이 엄마를 보살펴 줄 거잖아, 안 그래?"
"응....."
대답을 하면서 아이는 살짝 울먹거렸다. 내가 말한 아프다는 정도가 지금의 할아버지가 아픈 정도라고 인식을 해서였을까.
그러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어제 잠자리에 들었는데 첫째와 둘째 아이가 또 장난을 치며 놀다가 결국 둘째의 울음으로 이어졌다. 무한으로 반복되는 잠자리 루틴이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다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첫째 아이에게 나직이 말했다.
"동생이랑 잘 지내야 해. 나중에 엄마, 아빠가 없으면 너랑 동생 밖에 없는 거야. 싸우지 말고, 네가 오빠니까 잘 챙겨 주고. 알겠지?"
"..."
대답은 없었고 갑자기 흐느낌이 들렸다.
동생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말을 전달하려고 했던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이는 나중에 엄마, 아빠가 없다는 사실에 슬픈 마음이 더 크게 와닿았던 것이다. 가뜩이나 얼마 전 할아버지 병원을 가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했던 지라 생각만 해도 슬픈 마음이 드나 보다.
"엄마,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내 옆에 있어."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인데, 세상사 내 마음 같지 않을 테니.
초등학교 1학년 생인 아들이 이제는 이런 이야기들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나 보다. 아직은 헤어짐보다는 함께하는 따뜻한 이야기들을 더 채워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마음이 여린 것 같은 아이인데 슬픔을 너무 빨리 주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다.
이 마저도 옛날이야기가 될 정도로 아이도 성장하고 크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내가 바로 울컥해 눈물부터 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