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걸린 감기였는데 어젯밤부터 컨디션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걸 느꼈다. 내가 아픈 걸로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던 나는 둘째 아이의 감기로 소아과 진료를 볼 때 나도 같이 진료를 보고 약을 타서 왔다.
겨우겨우 저녁을 마무리하고 약을 먹고 자려는데 몸이 왜 이렇게 추운 걸까. 이불 두 개를 둘러썼는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긴팔로 갈아입고 이마를 짚어 보았다. 다행히 이마에 열감은 느껴지지 않았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녘, 원래대로 새벽 기상을 하고 (원래 기상 시간보다는 늦었긴 했지만) 루틴대로 하려고 움직이는데 뭔가 몸이 너무 무겁고 어지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을 쟀던데 한쪽은 38.4도, 나머지 한쪽은 38.8도. 아뿔사라는 단어를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주섬주섬 타이레놀을 찾아서 먹고 다시 누웠다. 원래 일어나야 하는 시간보다도 늦게 겨우 몸을 일으켰는데 여간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첫째 아이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떡갈비를 굽다가 주저앉았다. 어지러운 데다 속까지 좋지 않은 느낌이었고 그냥 눕고 싶었다.
아이가 나를 지켜보다가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아이의 눈물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가 아들의 성향상 엄마를 걱정해서인 것 같아서였다.
"OO야, 왜 울어? 엄마가 아파서 그러는 거야?"
"엄마 나 오늘 학교 안 가고 엄마 보살펴줄 거야."
그 와중에 둘째는 무지개 시리얼을 달라고 말했고, 첫째가 정말 빠르게 서랍에서 그릇을 꺼내서 시리얼을 담고 우유를 붓는 모습을 봤다. 우유를 꺼내면서도 눈물은 꾸욱 참아가며.
기특하다는 생각보다 고마운 마음이 더 들었다. 나는 떡갈비 앞에서 자리를 뜨지는 못하고 앉아 있었는데 언뜻 다시 보니 우유가 담긴 시리얼을 들고 동생한테 가져다 주려다가 조금 흘렸는지 휴지로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한 소리 했을 나였겠지만 그마저도 짠하고 고마운 마음음 뿐이었다.
결국 나는 둘째만 등원을 시키고 첫째와 같이 하루를 보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니 축농증이 생겼다고 해서 약도 받고 수액을 맞고 집에 돌아와 같이 밥을 먹었다. 나는 약을 먹고 4시간을 넘게 잠만 잤고 그동안 첫째는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반나절 이상 땀을 흘리고 자고 일어났더니 열은 다 떨어졌고 컨디션도 확실히 조금 나아진 걸 느꼈다. 남편도 퇴근하고 집에 왔고 다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다 갑자기 아침에 첫째가 눈물 흘리며 엄마를 보살피겠다고 하던 모습이 떠올라 갑자기 울컥했다. 아들에게 엄마인 내가 아프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얼마나 걱정이 되었을까. 병원에서 수액을 맞을 때도 다 맞으면 벨을 눌러달라는 간호사의 말을 기억해 엄마는 누워 있으라며 자기가 대신 벨을 눌러주겠다고 하고, 수액 맞으며 내가 자는 동안 얌전히 조용히 옆에 있어준 우리 아들.
아들에겐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전부인가 보다.
아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얼른 회복에 집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