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엄마 옆에 엉뚱한 아빠도 필요하지

아이들에게는 똥 얘기가 취향 저격!

by 비비드 드림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잠들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려고 노력해 왔다. 여느 엄마들처럼 다른 어떤 공부보다도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퇴근 후 집에 오면 집을 정리하고, 저녁을 준비하고 씻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초등학생인 첫째의 공부를 조금 봐주면 어느새 10시.


"이제 잘 시간이야. 치카하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움직이는 아이들은 우리 집에만 없는 걸까. 몇 번의 경고 끝에 치카를 끝내고 다 같이 정리 후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내 옆에 두 아이가 나란히 누워 책을 보는 시간이다.


예전에 첫째 아이는 정말 책을 많이 읽어줬는데 시간이 지나고 커 가면서 미디어나 게임 등의 수많은 재미거리에 맛을 들이고 책에 대한 관심이 조금 떨어진 상태다. 아직 둘째는 다행히도 책을 좋아해서 잠들기 전 책 읽기는 늦게 잠드는 시간일지라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며칠 전, 잠드는 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진 데다 건조기 속의 빨래가 마무리되어 빨래 정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둘째에게 오늘 밤은 책을 읽지 못하겠다고 말하자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역시나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쩔 수 없이 빨래를 개면서 남편에게 책 읽기를 토스했다. 이미 잠자리에 누워 잘 준비를 마친 남편은 아이에게 책 읽기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기대했고 나는 책 읽기 대신 이야기라도 해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빨래를 개며 함께 들었다.

스크린샷 2025-07-08 214810.png


옛날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어.

둘이 냇가에서 일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볼일을 보겠다며 자리를 떴어.

그리고 저기 위쪽 냇가에서 응가를 했지.

다시 돌아와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집으로 걸어 내려갔어.

그런데 할머니가 손을 씻겠다고 냇가로 간 거야.

손을 씻는데 위에서 뭐가 둥둥 떠내려 오는 거 아니겠어?

그걸 본 할머니가 말했어.

"어? 저기 웬 된장이 있어?!"

신나서 된장을 주운 할머니는 집에 와서 주운 된장으로 찌개를 끓였어.

할아버지랑 밥을 먹는데 한 숟갈을 뜬 할아버지가 바로 놀라며 말했지.

"어? 이거 내 똥인데?!"




이야기를 이어 내려가는데 냇가 위에서 둥둥 떠내려 온다고 할 때부터 나는 이미 어이가 없어서 웃기 시작했다. 남편은 이야기를 다 잇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미 혼자 반쯤 킥킥거리며 겨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이들은 덩달아 이야기가 끝나기 전부터 그저 신나게 웃으면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들었다.


마지막에 "어? 이거 내 똥인데?!" 하는 순간 우리 네 가족은 깔깔깔깔 한바탕 폭풍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웃길까.


잠들기 전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정말 신나게 웃으며 기분 좋게 잠이든 밤이었다. 나는 어떤 책을 읽어줄까 고민하며 고르고 혹은 아이에게 책을 고르게 해서 읽어주는데 남편은 귀찮은 책 읽기 대신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선택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이렇게나 환영받을 줄이야. 항상 FM 같은 엄마 아래서 매일매일 책만 읽는 것보다 가끔 엉뚱한 아빠의 이야기도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준 남편에게도 고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한테는 그게 왜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