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껌이 되어 돌아와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다면

유명한 알사탕 책을 읽고

by 비비드 드림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최근이었다. 죄책감으로부터 내 마음의 짐을 좀 덜어주고자 이번 주 일요일은 꼭 어디라고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터였다.


내가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만큼 아이들이 미디어와 함께하는 시간은 늘었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던 나는 오늘의 행선지를 도서관을 정했다.


첫째 아이가 어렸을 때, 첫째 아이만 있었을 때에는 도서관 갔다가 카페로 가는 것이 나름 둘만의 데이트 코스였다. 이제 첫째 아이는 정말 흥미를 끄는 곳이나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면 동행보다는 집에 머무름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데이트 코스를 둘째 아이와 함께 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엄마와 둘이서만 나가겠다고 하니 유독 더 신나 하는 둘째 아이의 모습을 보고 덩달아 나도 두 명과 함께 나가는 것보다 한 명만 같이 가면 훨씬 편하겠다는 생각에 부담이 줄어들었다.


도서관에서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내가 고른 책들과 아이가 직접 고른 책들을 나름 선별해 가며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유아실은 비교적 자유롭게 기대서 볼 수 있는 곳도 있어서 다섯 살인 아이도 부담 없이 편하게 놀면서 책을 볼 수 있었다.


여러 책들 중에 집에 가서도 보고 싶은 책을 고르고 우리는 도서관 앞의 카페로 이동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라떼와 다행히도 뽀로로 음료가 있어서 아이 음료 그리고 치아바타까지 주문을 했다.


폴리, 베이비 버스 책과 안녕 마음아 전집 중의 한 권, 그리고 최근 빠져있는 우리 몸의 구성에 대한 과학책, 마지막으로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 책을 순서대로 보았다.


백희나 작가의 책은 워낙 유명하고 첫째 아이와는 장수탕 선녀님 뮤지컬도 보고 왔어서 개인적으로 나도 좋아하는 책이다. 알사탕 책도 뮤지컬도 있을 만큼 굉장히 유명하지만 나는 이제야 이 책을 끝까지 처음 읽었다. 아마도 첫째 아이에게 선택받지 못했던 책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알사탕을 먹으면 해당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내용이었는데 그중 분홍색 사탕 부분이 너무 인상 깊었다. 체크무늬 사탕을 먹으니 해당 체크무늬의 모습을 한 소파가 말을 하고 강아지 점박이 모양의 사탕은 강아지가 말을 하는 거였는데 그냥 분홍색은 뭘까? 그전에 아빠의 잔소리가 사랑한다는 속마음이 들린 내용이었던지라 이번에는 엄마가 나오려나 했더니 반전은 할머니였다.


알사탕.jpg

풍선껌을 날아갔다가 빵빵하게 부풀어서 돌아왔는데 거기서 들린 건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며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아이에게 친할머니만 계시지만,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외할머니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분홍색 풍선껌을 불어
우리 엄마의 목소리를
언제든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카페에서 조용히 읽어 내려가는 와중에도 수많은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나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우리 엄마, 나에게 주었던 것 그 이상으로 충분히 넘치는 사랑을 손녀에게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는, 아이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에 새삼 슬퍼지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아이에게는 친할머니가 세상의 단 하나뿐인 할머니이며 또 넘치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그걸로 됐다고 마음을 다독여본다.


이렇게 아이와의 데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이와 보낸 이 시간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그런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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