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이 듣는 말 혹은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기억에 많이 남는 말을 꼽아보자면 이 말이다.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어?
나는 아니라고, 나도 충분히 당황했고 화도 났다고 말을 하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말은 전혀 몰랐다는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언제나 침착하고 차분하고 당황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까?
어릴 적부터 나는 나의 감정을 숨기는 것에 반 강제적으로 훈련이 되어 왔던 것 같다. 아빠에게 혼나도 아빠가 무서워서 대들지 못했고, 내가 무서운 아빠에게 겁을 먹었다는 사실도 절대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또, 부유하지 않았던 우리 집과 상반된 부잣집 친구의 집에서 일을 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놀랐을 때도, 처음 보는 음식이 친구네 저녁 식탁에 올라와 함께 먹게 되었을 때에도 나는 나의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어릴 적 자란 환경과 수많은 상황들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나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라면서 성인이 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여러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내가 해오던 그런 모습들이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어김없이 마음껏 발휘되어 버렸다.
예전에 고객을 대면하며 일을 하던 때가 있었다. 외국인이 엄청 큰 소리로 컴플레인을 걸었을 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이 상황을 집중하고 지켜보았다. 나는 최대한 그 사람에게 동요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나만의 어속과 어투로 고객에게 설명했다. 이후 고객은 나에게 감사인사를 찐하게 하며 자리를 떠났고 그때 나를 바라보던 후배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비단 근무할 때만 발휘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 나갈 때 내가 속상하거나 서운한 일이 있어도 그것을 알아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이건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릴 적 자라온 환경과 수많은 여러 상황들을 기반으로 기본적인 틀이 형성이 되었다면, 성인이 되고 일도 하고 가정도 꾸리며 나이를 들어가는 동안 그런 모습들이 한층 더 발전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침착하고 차분한 사람. 외유내강. 당황하지 않는 사람. 멘탈이 강한 사람.
최근까지도 나에게 붙는 수식어들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내가 직접 깨달은 내용들을 토대로 단단한 내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단 한 명이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며, 또 나도 그렇게 해봐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