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오랜만에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무얼 해주면 좋아할까,
매일 해주던 놀이 말고 새로운 것이 없을까 하던 때
물감이 눈에 들어왔다.
첫째 아이 혼자일 때 나의 열정과
아이가 둘이 되었을 때의 육아 열정은 사뭇 다르다는 걸 새삼 생각했다.
아이와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이것저것을 그려보고 색칠을 해나갔다.
그러다 피로감을 느낀 나는
아이에게 잠시 혼자 색칠을 하고 있으라고 하고는
다른 집안일을 했다.
잠시 뒤 스케치북을 보니
파란색을 채우고 여백을 연두색으로 채우고 있는 걸 보았다.
궁금해진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파란색은 바다인 것 같은데 연두색은 뭐야?
그랬더니 아이의 대답이 이렇다.
바다가 햇빛에 너무 뜨거울까 봐
나무 그늘이 필요하다고.
바다에는 나무가 있을 수 없는데
역시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의 한계가 없다.
바다에게도 그늘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아이,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필요하다는 걸
그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벌써 헤아렸던 걸까.
혼자 내심 기특하고 감동을 받았다.
우리 아이에게도 이 엄마가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연두색 나무그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