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

by 비비드 드림

지난달 여름휴가를 맞이해서 가족들과 강원도에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우리 가족은 항상 리조트나 호텔에 머물러 호캉스를 주로 해왔었다. 바다 수영은 해외 리조트에서 바다와 바로 연결된 곳에서 놀고 바로 숙소로 들어와 씻기 편한 그런 경험만이 전부였던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큰 마음을 먹었다. 아이들에게 해수욕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도 어릴 적 가족들과, 친구들과 해수욕장에서 신나게 튜브 타고 파도를 타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억을 남겨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하는 사람은 남편이었다. 해수욕을 하는 동안, 그리고 끝나고 이동하는 과정들에서 가장 고생할 사람이 남편인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남편은 나의 뜻을 받아들여줬고 여행 며칠 전부터 아이들은 바다에서 놀 거라는 말에 너무나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은 부모에게 또 다른 행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터라 사전에 탈의실, 샤워시설, 화장실 위치, 대여용품 등 여러 가지를 알아 두었다. 그리고 당일이 되었다. 파라솔 아래 자리를 잡고 동해바다를 신나게 느끼고 파도를 타며 너무나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동해바다의 높은 파도는 아이들에게 놀이기구와 다름없었다. 튜브에 둥실둥실 떠서 높이 떠올랐다가 푹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꺅꺅 소리도 열심히 질러댔다. 사실 나도 남편도 덩달아 신나고 재미있게 놀았다.


평소엔 잘 못 만지게 하던 모래 놀이도 실컷 했다. 누워서 몸에 모래를 덮어 울퉁불퉁 근육질의 몸도 만들어 주고, 인어공주도 만들어 주면서 원 없이 모래를 만지게 했다. 출출함을 달래려 컵라면과 짜장라면을 먹고, 시원한 커피도 마시며 파라솔 아래에서 쉬다 물놀이도 하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남편과 일사불란하게 정리를 하고 몸을 헹구고 옷을 갈아입는 데 그때가 고비였다. 탈의실은 열악했고 바닥은 그냥 모래사장. 아이와 내가 그 작은 공간에 들어가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또 혼자 내보낼 수 없어 내가 옷을 갈아입기를 안에서 기다려주는 아이. 옷 사이로 발을 집어넣을 때 모래는 후두득 떨어지고 너무 싫었지만 어쨌든 해야만 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신발의 모래를 한번 더 물로 헹구고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하루 종일 정말 신나게 놀고,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너무나 행복했는데 마지막 그 과정이 임팩트가 크긴 컸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졌고 아이에게도 짜증 섞인 표현을 했었던 것 같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둘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고생했어."


처음엔 제대로 못 들어서 다시 물으니 최대한 또박또박 다시 말해줬다. 고생했다고.

순간 쓰나미 같은 감동이 밀려들어왔다.


둘째 아이가 평소에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고, 생전 처음 한 말이었다. 아이에게 고맙다고 그리고 감동이라고 말해주었는데 계속 여운이 남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아이에게 평소에 고생했다는 말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이래서 부모의 언어가 정말 중요한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날 마무리하는 힘들었던 시간들은 사랑스러운 아이의 한마디로 모두 씻겨 내려갔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날은 힘들었던 기억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더 크게 남아있게 되었다. 사랑스러운 아이로 잘 자라주고 있는 아이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그에 맞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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