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블루>>>독서 그리고 이야기 4

by 해 뜰 날

작가 김영하의 팬이라면 ★★★★

스릴러 소설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

가볍게 읽을 책을 찾는다면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를 예전에 줄을 서서 표를 구매하여 본 적이 있다....

옛날 사람 같은 이런 이야기는 하기 싫지만 하여튼 그 영화를 보고 비비안 리를 너무 사랑하게 되었다.

이 완벽한 영화를 다시 곱씹어 보기 위해 나는 서점에 달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총 2권 중 1편을 구입했다.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완독 하지 못했다. 부끄럽게도 구입했던 1편도 중간을 넘겨 읽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일단 책을 구입하면 거의 대부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편인데도 베스트셀러였던 그 책을 좀처럼 읽을 수가 없었다.

구태여 변명하자면 영화 캐릭터는 나에게 너무 강렬하게 다가온데 반해 책 속의 캐릭터는 전혀 다른 인물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책에 집중할 수 없었고 상상력을 끌어모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책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고 지금 다시 읽는다 해도 온전히 책에 집중하여 읽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살인자의 기억법>도 그랬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려니 그 얇은 소설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가 없었다. 겨우겨우 읽고 책을 덮었을 때는 영화와 책이 뒤죽박죽이 되어 도대체 어떤 게 소설의 내용이고 영화의 결말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사실은 좀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확실히 영화는 좀 더 상업화되어 있기도 하고 시각적으로 강해서 소설책이 영화를 누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영화의 반전이 강렬하면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영화의 충격이 좀 사그라질 때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책이 페이지와 상관없이 빨리 읽히지 않아 무척 애를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영화와 소설이 뒤죽박죽인 상태는 아니라 천만다행이었다. 영화는 골자를 남기고 많은 부분을 각색하기도 했고 영화 속 설경구는 알츠하이머를 연기한 것처럼 끝나 충격을 안겨준데 반하여 소설 속의 살인자는 실제 허상 속에 살고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로 그려지기 때문에 소설이나 영화나 큰 반전이 있다.

소설 속의 살인자는 사랑하는 딸 은희를 위해 그의 남자 친구 박태상을 마지막 살인 목표로 삶는다. 그러나 그 계획은 좀처럼 잘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딸 은희와 거리만 멀어질 뿐이다. 그러면서 소설은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그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이어진다.

그리고 대반전... 딸 은희는 애초에 없었다. 그는 언제나 혼자였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도 그의 머리처럼 종잡을 수 없이 뒤엉켜있다. 어쩌면 아무도 사랑할 수 없었던 한 남자의 마지막 희망이 허구의 가족을 창조해 낸 것은 아니었을까? 아마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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