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독서 만평
몇 년 전부터 관심이 높았던 '미니멀 라이프'로 도서를 검색해 보면 410건이 나온다. 물론 앞뒤 제목이 조금씩 틀리긴 해도 이렇게 많은 책이 쏟아진 것을 보면 단순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생각한 미니멀 라이프는 정리와 수납, 약간의 저장 강박증을 털어보기 위함이었는데 '미니멀 라이프 아이디어 55 - 미쉘 저'는 내가 생각하는 좁은 의미의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넓은 의미의 미니멀 라이프로 삶의 자세까지 포함되어 있다.
지극히 개인적 시각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물론 코트 두 벌과 패딩 하나 카디건 1개로 겨울을 보낼 자신이 있다면 공감이 갈 수도 있겠지만 약간의 저장 강박증이 있는 나로서는 '너무 극단적이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와 사진이 많이 포함되어 시각적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내용이 많지 않아 2~3시간만 투자하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런 책의 번역본이 나온 것이 신기할 따름이고 전자 도서관에서 인기가 많아 겨우 빌린 것인데 허무하기까지 하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 사실 설레지 않은 물건은 차고 넘친다. 결혼할 때 엄마가 곰국을 끓여 먹으라며 사준 들통은 그 기능을 단 한 번도 수행해 본 적이 없다. 남편이 사준 선물은 미안하게도 거의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이렇게 기능도 약하고 설레지도 않은 물건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저장 강박증을 넘어 인간에 대한 지나친 예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예전에 집을 보러 갔다가 안방 베란다에 걸린 옷을 보고 깜짝 놀랐다. 커다란 행거에 빼곡하게 채워진 옷은 족히 수백 벌은 되어 보였고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다양한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지만 옷은 어떻게 찾아 입을까 싶었다. 하나를 사면 하나는 버린다는 극단적인 사람도 있던데 나는 4개를 사면 2개를 버리기 위해 노력한다. 겨우겨우 빈 공간을 확보해 새로 구입한 옷을 걸어 놓을 때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나이가 들다 보니 경제적 손실도 자연스럽게 따지게 된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물건에 대한 집착은 나에게 그리 강력한 것 같지 않다. 오래 사용했던 물건이라도 내가 이것을 사려고 얼마를 썼는데라는 본전이 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면 애착보다는 돈이다. 그러나 항상 경제적 논리보다는 지름신이 항상 우위에 선다는 것이 알면서도 당하는 느낌이다. 사는 사람이 있어야 공장이 돌아가지만 버려진 그 수많은 옷은 어디로 돌아갈까? 미니멀 라이프라며 사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우(愚)를 범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현명한 지름신이 내려오시길, 종교가 없으니 나에게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