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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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 뜰 날

나쁘게 말하면 허영심이고 좋게 말하면 지식 탐구 쯤으로 해두자!

'예술은 배부른 자의 일탈이다' 뭐 이런 삐딱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주변에서 나를 좀 아는 사람들이 '네가 미술을?'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그림이 좋다. 변변치 않은 공업 디자인과를 나왔고 학문적으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절대 아는 척 하진 않지만 미술관을 가거나 미술에 관련된 책 읽기를 좋아한다. 문제는 읽으면 금방 까먹고 이 작품이 누구의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 스스로 한심스럽긴 해도 학문적으로 써먹을 일이 없으니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두면 그만이다.


나처럼 그림을 좋아하지만 학문적으론 백지 같은 사람들에게 방구석 미술관은 참 좋은 책이다.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면서 작가의 인생 스토리까지 더해지니 소설처럼 재미지다. 사실주의니 인상파니 모더니즘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면 일단 머리가 복잡한데 이야기가 더해지니 지루하지 않다. 위대한 화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안락한 삶을 포기하거나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는 것은 필수 옵션이고 스스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역시 위대한 예술가는 나 같은 범인은 갈 수 없는 험난한 길인가 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실제로 보면 그냥 노랑머리의 비너스가 아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진짜 금발의 비너스인 것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는 누구나 다 아는 대표작으로 화보로 보아도 상당히 아름답고 화려하다. 누가 그를 근대 미술의 화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단순히 년도로만 따지면 근대 미술 화가에 속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현대 미술 작가이다. 책에서 클림트는 놀랍게도 고전주의 화가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그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같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상상이 되는가? 하여튼 그는 시대가 원하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많은 부를 축적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양가족이었던 아버지와 동생이 죽고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클림트로 진화한다. 고갱은 '예술은 표절 아니면 혁명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에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이 구스타프 클림트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제일 사랑받는 화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데로 빈센트 반 고흐일 것이다. 그림이 강렬하고 아름다우며 수용 가능한 난해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마네의 '올랭피아'를 거실에 걸어 둘 순 없어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해바라기'를 걸어두는 것은 무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이미테이션이라도 퍼즐이나 수공예로 고흐의 작품은 빠지지 않는다. 고흐는 정신병과 우울증, 심각한 알코올 중독으로 자살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방구석 미술관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초록 요정' 압생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맥주, 소주, 와인 등 종류의 식별만 가능하지만 압생트라는 술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구멍 뚫린 압생트 스푼에 각설탕을 놓고 술을 부은 다음 불을 붙여 설탕을 놓인 후 물을 타서 마신다는데 그 색이 너무 아름다워 기가 막히다. 압생트로 많은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고흐가 마셨던 예전의 압생트는 생산되지 않는다고 하니 왠지 아쉽다.


미술 백지에겐 추천

난 중간은 한다는 소설처럼 읽을 것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와 비슷한 책으로 'KBS 명작 스캔들'이란 책을 추천한다. 예전에 KBS에서 동명의 방송 프로그램을 했는데 진행자를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보지 않았었다. 방송을 하면서 모은 자료를 책으로 엮은 것인데 중간중간 조영남 씨와 김정운 교수의 대화도 들어가서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다. 그림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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