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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Jul 25. 2024

피해자의 이야기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창에게 한 시간 가량 성추행을 당했다. 경찰서에 사건 접수를 하고 나오니, 가해자의 혐의는 '준강제추행'이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고,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릴 시간은 부족했다. 내 앞엔 수많은 선택과 책임이 나열되었고, 주변의 말들이 내 눈앞을 흐렸다.

 평소 <그것이 알고싶다>, <PD수첩>과 같은 범죄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보았다. 돌이켜보면 피해자를 생각하기보다는 가해자를 헐뜯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어쩌다 피해자가 된 지금은, 범죄의 크고 작음과 별개로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무엇에 힘을 두었는지. 그렇게 끝없이 책을 읽고 다큐를 봤다.

 일상이 멈춰 섰고, 마음이 괴롭지만 아직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살피지 못했다. 어쩌면 성범죄 피해자로 보내게 된 날들을 기록하면, 그 실마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노트북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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