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라는 구조의 변화와 문학의 형태 변화 사이의 상관관계
매체는 거대한 힘이다. 문학이라는 예술 형식이 발달하는데 매체의 변화 양상은 꾸준히 영향을 미쳐왔다. 인류가 종이와 인쇄술을 발달시켜 구전 문화에서 기술문화로 전회하면서 구축한 수많은 가치에 대해서는 굳이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구축해왔던 의미들은 지난 세기를 분기점으로 다시 변형되었다. 멀티미디어의 등장은 이전까지의 매체의 발달이 보여주었던 양상들을 일거에 섭렵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문화의 변화를 추동했다.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들고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 웹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거대한 매체의 시대는 문학을 예술의 한 맥락이 아니라 오히려 “미디어 콘텐츠를 구성하기 위한 이야기 소스source 정도”로 만들어버렸다.
이는 비단 문학만의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 문학이 특별히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어서 이전의 문화적이고 미학적인 헤게모니를 상실한 것이 아니라 매체의 발달이 모든 예술적 요소들을 향유의 영역에서 소비의 영역으로 재맥락화했기 때문이다. 탈가치와 탈구조의 시대에서 기존의 가치들은 해체되었고, 거대한 이야기narrative가 제시하던 의미들이 탈각된 사회에서 문학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의미들로 소비되는 형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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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학실험실에서 발행하는 《쓺》 2019년 하권(통권 제9호)의 "제5회 문학실험실 포럼 - 소셜미디어 시대의 문학"섹션에 실렸습니다. (pp.364-375.) *전문은 해당 잡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