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acto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용 Mar 12. 2022

AI와 창작자와 독자들의 세계

- 『대산문화』82호(2022년 봄호) 특집 : AI 시대의 열린 적들

*대산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대산문화』2022년 봄호 특집에 글을 실었습니다. 인공지능 창작자에 대한 인식의 문제를 짧게나마 풀어보았습니다. 전문은 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이슈들은 언제나 인간의 영역에 대한 문제들로 치환되어 왔다. 이는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인공생물체를 비롯한 다양한 비인간 주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타날 때마다 제기되어 왔던 것이기도 한데, 그러한 비인간 주체들에 대한 예상 중에서도 유독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들은 '인간다움'이라는 어떠한 가치들과 연결된다. 이는 인간을 규정하는 관념들이 변화해온 역사적인 궤도들과 연관되었기 때문인데, 인간을 규정하는 특징들이 몸과 마음(영혼)의 영역에서 근대 이후에 이성(두뇌)으로 옮겨왔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로봇이나 외계인과 같은 다른 비인간 주체들보다 인간의 두뇌활동을 모방하는 인공지능은 인간다움의 고유영역을 침범하는 것들에 대한 우려들이 전면에 드러나곤 하는 것이다. 게다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갑작스럽게 인공지능이라는 존재들이 사회의 표면에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우리는 우선 경계와 두려움의 시선으로 그것들을 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라는 작품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김태연 작가와 인공지능이 집필한 『지금부터의 세계』라는 작품이 2021년도에 발표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이 작품은 특히 서사를 창작하던 인공지능이 초단편 형식의 짧은 단위의 서사나 장면과 일정한 시퀀스의 연출을 주로 하는 시나리오 등에 집중되었던것과 다르게 장편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창작해 냈다는 것에서 이전과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해당 작품에 소설감독이라는 역할로 참여한 김태연 작가에 의하면 소설 창작을 위해 인공지능 시스템이 천 권이 넘는 논문이나 단행본을 학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제와 소재, 배경과 캐릭터의 설정부터 플롯과 서론 및 결론은 사람이 설정한 것이었고, 서술의 90%를 인공지능 작가인 바람풍이 한 것이었다. 물론 한 문장에서 그 다음 문장으로의 연결이 소설이라는 예술형식에서 중요한 특징이고 그것이 90%를 스스로 담당했다는 데서 인공지능 소설가의 탄생이 의미하는 바가 있을지 몰라도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가의 역할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략)


  물론 빅 데이터의 시대에 좀 더 다양한 정보들이 쌓이고, 그러한 정보들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이러한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수행할 날들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기 때문에 단순히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아직은 부족하고, 역시 인간이 쓴 소설들의 예술성이 뛰어나며, 그래서 인공지능은 아직 미치지 못했다는 사고들은 현대 사회에서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히려 인공지능과 함께 소설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대한 인지를 명확하게 하고 그러한 시대의 소설이나 문학이 가지고 있는 의미맥락들을 다변화하고 확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서 밝힌 저작시스템들은 상품으로서의 콘텐츠로서의 서사물들을 만들어내는 데 효율적인 형태로 고안된 결과들이다. 인공지능이 소설을 창작하는 것도 그러한 발전의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현대 사회의 수많은 취향과 필요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시대에 맞춰서 변화하는 형태로 인지하고 그러한 변화에 맞춰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치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교보문고 구매정보]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3904000185637#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