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없이 샌드위치를 만드는 사람에 대하여

도쿄 도란소란

by 여럿


이직에 성공하고도 남편 얼굴이 울상이다. 앞으로 약 두 달간 매일 현장으로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현장 근무처 위치는 요코하마. 우리 집에서 약 한 시간 반 가까이 걸리는 곳이다. 휴우- 남편이 한숨 내쉬고 휴우- 나도 한숨 내쉰다. 재택근무에 절여질 대로 절여진 부부에게 찾아온 낯선 변곡점에 몸이 먼저 거부반응을 보인다.


출근을 하는 건 남편인데 덩달아 내 스케줄도 바빠졌다. 먼 길 떠나는 사람 배고프지 말라고 아침이라도 차려주고 싶은데 아침잠이 많아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게 손인지 발인지 헷갈린다. 일이 많아서 허둥대는 모양을 나타내는 일본어 표현이 바타바타(バタバタ)다. 요 근래 아침이 바타바타와 파닥파닥 딱 그 사이다.


주로 전날 밤 유튜브에서 찾은 샌드위치 레시피로 아침을 만드는데 며칠 전 찾은 레시피는 이렇다. 식빵을 구워서 슬라이스 치즈를 하나 얹고 잼을 얇게 펴 바른다. 그 위에 계란프라이. 다시 그 위에 구운 슬라이스 햄을 두 쪽 올린다. 마지막으로 케첩과 마요네즈에 버무린 채 썬 양배추를 토핑으로 듬뿍 올려준다. 랩으로 감싸서 반으로 쪼개면 끝. 레시피 영상 길이는 1분 남짓이고 앞 구르기 하면서 봐도 간단한데 어째 이 심심한 요리를 만드는데도 이상하게 분주하다.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식빵을 태우거나 뜬금없이 덜 익은 계란 프라이 노른자가 터진다. 슬라이스 햄을 두 개 올리는지 세 개 올리는지 헷갈려서 유튜브 영상을 다시 확인하다가 손에 묻은 케첩 소스가 휴대폰 액정에 묻는다. 에이- 짜증을 내면서 휴대폰 액정을 닦는 사이 케첩마요네즈 소스에 버무려 놓은 양배추에 너무 많은 물기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어찌어찌 샌드위치 만들기에 성공하지만 포장이라는 대장정이 남아있다. 마음은 분주하고 손은 느릿하다.


결혼하고 나서 깨닫게 된 한 가지는 살림도 재능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이다. 능숙해지는 데 한참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있고 처음부터 그게 당연한 듯 해내는 사람이 있다. 마치 별로 어렵지 않은 수학 문제를 끙끙대며 30분 푸는 내가 있고 문제를 보자마자 적용할 공식을 생각해 내서 2분 만에 답을 도출해 내는 친구가 있는 것처럼. 살림에 있어서 전자는 나고 후자는 남편이다.


한 번에 끝날 걸 꼭 두 번 하고야 마는 나와 달리 남편은 살림의 많은 영역을 슥슥 해낸다. 허둥대지 않고 차분하게. 해야 할 것은 꼭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굳이 더해서 하지 않고 응용할 수 있는 것에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으로. 샌드위치에 들어갈 계란은 반드시 충분히 익히고. 양배추를 소스에 버무리는 건 가장 나중에. 레시피에는 식빵이라고 나와 있지만 치아바타 빵을 사 와서 맛과 식감을 살린다.


남편이 쉬는 날 만들어 준 샌드위치를 베어 물면서 다시 한번 살림에도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러고 보면 재능이 관여하지 않는 영역이 없다. 일에도 재능이 있고 살림에도 재능이 있고 육아에도 재능이 있고 요리에도 재능이 있고 글쓰기에도 재능이 있다. 심지어 쉬는 것에도 재능이 있다. 어느 영역에서나 나보다 훨씬 쉽게 많은 것을 해내는 자가 있으므로 재능을 부러워하는 일에는 끝이란 게 없다.


재능 있는 자를 뜨겁게 부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재능이 아주 대단한 것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세상에 부러워할 재능이 한도 끝도 없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버려서일까. 재능은 우연히 손에 쥐어지거나 쥐어지지 않는다. 재능이 있고 없고 차이도 아주 넓게 보면 기껏해야 남편 샌드위치와 내 샌드위치의 만듦새 차이 정도 아닌가. 수학에 재능 있던 친구는 나보다 수학 문제를 몇 개 더 맞혔고 소설 창작에 재능이 있던 지인은 출판사에 취직해 훗날 소설책을 한 권 썼다. 수능 수학 시험을 망치고 딸리는 필력으로 책 출간은 엄두도 못내 본 나는…


잘 살고 있다. 있었으면 했던 재능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나도 별일 안 생겼다. 이런 데 재능이 있었군 하는 걸 얼토당토않은 곳에서 발견했다. 재능은 없다가도 있는 것이자 있다가도 없는 것이다. 싱거운 진실을 알고 나면 재능에 목매지 않는다. 그냥 지금 좋은 걸 하면 된다. 재능이 없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 볼 마음이 생긴다면 그 마음은 또 얼마나 귀한 것인가. 그러니 재능 없는 줄 알면서도 샌드위치를 능숙하게 만들어 볼 마음이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은 대단하다, 멋지다, 최고다. 그렇게 대단하고 멋지고 최고인, 재능 없는 누군가가 오늘도 샌드위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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