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영겁의 시간
(continued)
12시간이 걸린 엘에이까지의 여정은 그나마 괜찮았다. 기내식도 그다지 힘들진 않았다. 그러다 미국 엘에이에 도착을 하고 연착을 하던 이들을 한쪽으로 몰아넣었다. 거기엔 굉장히 아메리카스러운 푸드 코트가 있었다. 연착을 하는 승객들은 모든 음식이 공짜였다. 그러나 ‘헬로’도 못하던 어제 한국에서 떠난 사람들은 공짜음식 이래 봤자 뭐 가져올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해외 경력이 있던 엄마가 “핫도그 플리즈” 하면 줄 거야.라고 시켜서 쭈뼛쭈뼛 난 푸드 코트 줄에 섰다. 배가 고파서가 아닌데, 그 신기한 문화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러고 엄마가 시킨 “핫도그 플리즈”라고 하자 정말 팔뚝만 한 소시지가 들어간 핫도그를 내주었다. 목이 마른데 어떡한다… 거기까진 엄마가 가르쳐주질 않았는데… 그런데 가만히 보자 하니, 어디 펌프에 사람들이 컵을 갔다 덴다. 그러고 콜라 비슷한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오고, 그다음으로 또 다른 사람이 나와서 또 그렇게 음료를 받아간다.
나도 그러면 될 거 같아 엄마에게 멀리 떨어지지 않게 서고서 거기 놓여져 있는 컵을 들어 기게에 대어 본다. 돈을 내라고 하면 엄마를 부를 작정 이였으나, 내가 무엇을 하던 나를 바라보는이 하나 없더라.
핫도그 주는 거처럼 콜라도 주는구나.
세상에 이런 것도 주다니… 처음으로 맞본 아메리카의 맛이 였다.
그렇게 하고 올라탄 브라질 상파울루행 비행기. 한국을 떠난 지는 이미 수십 시간이 된 거 같은데, 아직 반도 오지도 않았다는 걸 그때 우린 가늠도 못했다.
너무도 긴 시간 비행에, 너무도 역한 기내식에 어린 내 동생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였다. 그때 우리가 탄 비행기는 브라질 국적기 Varig이라는 비행사의 비행기였는데, Economy 가 지금의 비즈니스석만 했다. 기내식으로 두툼한 소고기 스테이크가 나왔다. 처음 보는 피 뚝뚝 떨어지던 스테이크. 우린 그 모습과 냄새만으로 손사래를 쳤더랬다. 유일하게 비행경험 있던 엄마의 소견으로 사갔던 육개장 사발면을 식구 수대로 챙겨갔더랬는데, 그때 그게 우리 식구에게 그리고 딱 한 팀 있던 한국부부에게 구원이었다. 유일한 한국사람 부부 중 여자가 우리가 사발면 먹는 걸 보고 한참을 앞에 서있더니 하나만 주면 안 되겠냐 한다. 엄마는 그 속이 어떨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우리가 좀 덜먹지 라며 우리 식구 수 대로 산 라면 중 하날 나눠줬고 그들은 여태본 초콜릿 중 가장 큰 초콜릿을 고맙다며 전해왔다. 그때 그 비행기는 2층으로 돼있던 비행기였는데 (아마도 2층은 일등석 아니었을까…) 그 한국부부는 2층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