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낭만의 나라 파라과이-3

2-Bienvenido a Paraguay

by Jiyoon L



길고 긴 여정이 지나고 우린 파라과이에 도착을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파라과이는 맨 빨간 흙에 건물하나 없이 띄엄띄엄 선인장 같은 나무들만 있었다. 우리가 내릴 도시에 다가가자 낮은 벽돌 건물들이 좀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비행기라 통로와 비행기사이가 약간 틈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맡아본 그 나라의 공기.

갑자기 사우나의 뜨거운 공기를 누가 내 얼굴과 목에 훅~ 하고 분 느낌.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우린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왔다. 4월, 한국은 봄이었지만 그 나란 폭염이 한풀 꺾인 초 가을이었다. 말이 가을이지 매우 더움과 조금 더움 밖에 없는 열대 지방에서의 가을은 20도 후반 30도 초반의 온도였다. 다행히 습기는 없어, 기분 나쁜 더위는 아니었지만, 매끈매끈한 천이 덧데어진 내 연두색 면사파리는 갑자기 철에 맞지 않게 여름에 파카입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숙소에 도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음날까지 우린 발이 땅에 닿은 느낌이 안 들고 정신이 안 차려 졌다. 이튿날인가 식구들 다 같이 숙소 주인아저씨가 일려 준 데로 시장엘 놀러 갔다. 처음 맡는 냄새, 처음 보는 색의 사람들, 처음 보는 풍경들. 어디다 눈을 둬야 할지 몰라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햇빛 보고 자란 야채와 과일이 흔해터진 나라에서 제일 먼저 우리가 산건 바나나 한 박스였다. (한국에서 그땐 바나나 하나의 가격이 1000원쯤, 삼양라면 안성탕면 한 봉지가 100-200원 하던 그 시절이었으니 비싸도 보통 비쌌던 게 아니다) 바나나 좀 실컷 먹자며 비행기에서부터 떠들던 나와 내 동생에게 아빠가 꿈을 펼쳐보라며 한 박스를 샀다. 박스의 크기는 바나나 한아름 가지가 다 들어가는 정도의 크기였고, 한 가지에는 바나나가 10개 이상 달린 줄이 너덧개쯤 있었다. 대충 잡아봐도 바나나 40-50개쯤. 그때 그 한 박스 가격이 한국돈 2000원 정도였다. 한국에선 바나나 두 개 살 가격.

그때 나와 내 동생은 이틀을 바나나만 먹었는데도 반도 못 먹고 변비가 걸려버렸다.



그때 우리 숙소는 엄마의 고향 언니네 댁이었다. 남미의 집은 보통 굉장히 크고 여기저기 방도 많고 뒤뜰 에는 초등학교 1학년 이었던 동생 키 만한 알로에가 있었고, 그 옆엔 naranja라고 하는 오렌지 과의 나무도 있었고, 레몬나무, 포멜로라고 하는 아기머리통만 한 오렌지 과의 과일나무도 있었다. 나무가 가득 차 있던 엄마 고향언니네 댁 뒤뜰은 낮엔 어두 컴컴할 지경이었다. 한국에선 본 적도 없는 과일나무들에 신기해서 이것저것 따보고, 너무 농익어 떨어진 포멜로니 naranja로 우린 던지기 놀이를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지 몇 주가 지났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엄마 고향 언니네 댁에 큰 신세를 진후 집을 얻어 나왔다. 새로 얻은 집은 Asuncion에 downtown에서 멀지 않은 신축 아파트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낭만의 나라 파라과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