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시도하는 사람의 DNA

by 지윤

"나 오늘 사진 찍고 왔어. 그 언니가 원래는 기자를 하다가 사람때문에 현타가 너무 와서 퇴사하구 사진관을 차렸거든. 좋아하던 상사분이 사내 정치로 유배가시는 걸 보고 현타가 좀 쎄게 왔대. 그래서 그때 너 생각이 많이 났어"



IMG_1199.jpg?type=w773






오래 이어지는 관계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게 많은 것보다 싫어하는 것의 주파수가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언니와 나는 꽤 많은 주파수를 공유하고 있는 관계인데, 특히나 얼마 전 언니를 만나고 여러 대화를 하면서 그걸 더 느끼게 됐다. 나는 세번째 회사를 퇴사할 때 가장 큰 이유가 '사람'이었다. 계속 사람이 바뀌는 팀을 견딜 수 없었고, 현실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하루 아침에 떠나게 되어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되는 게 비일비재했던 회사에 있는 게 힘들었다. 특히나 회사 동료들은 이게 그렇게 큰 이슈가 아니라는듯 전처럼 똑같이 대하는 게 낯설었다. 그때는 그걸 잘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싫어하고 못견뎌하는 것의 결이 같은지 다른지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동할 때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나의 재미와 의미였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봉보다 중요한 건 성장이었고, 동료와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내고 의미가 있었으면 했다. 더 성장하고 싶어 퇴사한 후, 더 좋은 동료들을 만났고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주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 속에서 언제나 나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립하려 했기 때문에 더 나다운 선택들을 할 수 있었다.




"언니도 정말 순수하게 기자를 하고 싶어했는데, 그래서 더 힘들었던걸까.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할수록 안좋은 일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 그리고 신기했어, 결국 자기만의 길을 찾은거잖아. 그래서 너가 앞으로 뭘 하게 될지도 궁금해. 넌 항상 새로운 걸 하잖아. 그게 동기부여가 돼."




기대를 많이하는만큼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지만, 나도 순수한 마음으로 방송을 사랑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음이 많이 다칠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이 가진 힘은 가장 세다고 생각한다. "너를 보면 자극이 되고 나를 돌아보게 돼." 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종종 듣는데 그런 순간들을 좋아했다




얼마전 연말정산 팝업에 갔을 때도, 커피챗을 했을 때도 내가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은 '후회되는 순간'이다. 돌이켜 보면 무의미한 경험은 없고, 성공이든 실패든 그게 어떤 식으로든 인생에 의미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때 당시에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그 경험이 있기에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잘 만들지 않는 것 같다. 매 순간 선택하고 결정하며 그 선택을 맞는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더 노력했던 것 같다.




계속 시도하는 사람은 뭐가 다를까? 기자를 하다가 사진관을 차리게 된 언니의 친구처럼, 퇴사하고 대학원을 가겠다는 언니처럼, 마케터를 하다가 PD가 된 또 다른 언니처럼 시도하는 사람의 DNA는 뭐가 다를까 생각한다. 요새 더 많이 하는 생각은, 본인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건데, 그런 사람들이 더 자주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 같다. 회사를 다니더라도 내가 어떤 점을 견디지 못하는지, 또 어떤 점을 사랑하는지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나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환경이 중요했고, 누군가에게는 회사의 안정성이 중요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회사는 그저 돈을 버는 곳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다.




본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에서, 각자에게 중요한 가치를 가장 잘 실현시키기 위해 도전하고 시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꽤 좋아하던 팀을 나오는 일도 누군가가 보기에는 무모하고 겁없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만큼 절실하게 나답기 위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기록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