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뱅 Jul 06. 2016

창문 하나의 경계

비오는 날 북카페에 앉아

늘 큰 창문이 있는 북카페를 지나면서(도로를 바라보는 한 벽이 큰 창문인 카페) 든 생각이다.


비가 엄청 주륵주륵 내리는 날이나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에


저기 저 카페 창문가에 앉아 한가롭게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얼마전 정말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하루종일 많이 오던 그날.

내가 지나면서 상상하기만 했던 그 곳에 있었다.


하루종일 오락가락 오던 비가 갑자기 몰아쳐 오고

비는 도로를 때리고

사람들의 형형색색 우산을 때리고

길가에 세워져있는 오토바이의 가죽 안장을 떄리고

빨간 관광버스 위를 때린다


근데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그리 편안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카페에 있는동안 내내 달콤했을 오후의 시간은 더뎠고, 

읽고 있는 책은 그리 재밌지가 않고,

여러 사람들의 말소리마저 뒤엉켜 책에 집중하기 쉽지가 않다.


비오는 날 이곳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줄 알았지만

사실은 창문 하나를 두고 

세찬 비로부터 

안전한 나와

비를 쫄딱 맞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나는 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가진 것 없이, 내세울 것 없는 내가

지금은 가장 안락한 공간에서 한량같이 책을 읽으며 노는 모습을

누군가 부러운 눈길로 창문 밖에서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평일에도, 비오는 날에도 책을 읽는 그런 사람이에요.

SNS에 올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던 지도 모른다.



창문 하나를 두고 느껴지는 경계는 꽤 컸고,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최근 유명한 작가의 소설을 애써 있고 있는

내가 가여워졌다.

그래서 그곳을 황급히 벗어날 수 밖에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