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라이프-1
조금 쉽게 생각했던 걸까,
조금 더 즐겁게 생각했던 걸까.
생각보다 아일랜드에서의 생활은 이제는 익숙한 내 고독과 외로움의 가장 저 끝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도착 후 3일째 되는 날 오후에 문득 든다.
기나긴 짐 싸기, 기나긴 이동시간만 갖고도 충분히 먼 곳이었음을 직감했던 네덜란드 공항에서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때는 너무 현실감각이 떨어진 멍한 상태였다.
30kg+12kg=42kg에 달하는 내 생활에 필요한 짐과
16시간이넘는 여정시간은
충분히 나에게 아일랜드란 생각보다 집에서 먼 곳임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왜 몰랐던 거지.
의사소통이 되면 다행,
길 가다 이상한 일을 겪지 않으면 다행,
길을 잘 찾아 집으로 돌아오면 다행,
마트에 가서 온전히 물건을사면 다행.
일상 속 다행이지 않아도 괜찮았던 것들이 이제는 잘 해내야만 다행이 되는, 이런 낯설고도 먼 곳에 오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스피커, 시시콜콜한 스낵토크보다 시간의 개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집중되는 그런 깊이 있는 대화를 좋아하는데 모든것이 먹통인, 오히려 느리지만 기다리면 다 뜨는 와이파이가 부러운 그런 곳에 오게 된 것이다.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될 것 같다.
내 생활도, 내 사고방식도, 친구들도.
그리고 많은 것들을 바꿔 나가야 할 것 같다.
내 생각도, 행동도, 가치관도, 생활방식도.
홈스테이를 떠나기 전까지 당분간 지은지 50년은 족히 넘었다는, 한낮에도 실내가 코 시렵게 추운 거에 익숙해 져야 한다.
교통수단은 무조건 내가 가려는 곳까지 가는 것이맞는 지 2번, 3번은 거듭 확인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어리버리하게 핸드폰을 하거나 지갑을 꺼내 보이며 누군가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당연한 내 나라 말이 아닌 새로운 말로 내 생각과 의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살기 위해 먹으며 건강해야 한다.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들을만들 수 있어야 한다.
바뀌어야 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것들을 앞으로의 다짐이라고 생각하자.
그래, 늘 일기장이든, 플래너든, 달력이든 모든 시작은 다짐이잖아.
마감 기한은 10월.
과연 더 그 시간이 연장됐으면 좋을 정도로 내가 이 곳에 완벽적응을 할 지 나 조차도 궁금하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이 지났을 때 새로운 나를 마주하고 싶다.
돌고 돌았지만 익숙한 편안함을 찾아 돌아갈 것인지,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는 것이 내 진짜 모습이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짜 내 모습이라 인정하게 될 것인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고, 계획된것이 없다.
단지 돌아갈 날짜만 있을 뿐.
그러니 더더욱 뻔한 말이지만 엄마의 문자라서 눈물 한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던
‘다 잊고 새로운 도화지에 예쁜 그림을 그려’오도록 잘 해내고 싶다.
아니 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