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라이프
2017.5.20
이 특별한 생활이, 익숙하긴 익숙해졌나보다 하고 생각하는
오늘 하루의 순간순간들의 모음.
저 멀리 내가 타려는 노란 2층 버스가 와서 올라타는 순간.
버스 드라이버에게 땡큐를 속삭이듯 내뱉고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수업 시간이 끝나갈 무렵
티쳐가 매력적인 대화법에 대해서 뭐라고 잔뜩 신이 나서 설명해 주는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않아서
그냥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
점심에 KFC에 갔는데 버거 밀을 주문하면서 음료 뭐 먹을 거냐고 물어봐서
이미 이 질문이 나올걸 예상하고 바로 코크 라고 대답한 순간.
한낮같이 밝은 오후 5시, 자연스럽게펍의 뻑뻑한 PUSH 문을 밀고 들어가는 순간.
큰 파인트 잔에 가득 들어찬 반짝반짝 빛나는 블론드 비어를 받아 들고 조심 조심 테이블로 향하는 순간.
한 눈에 보기에도 많다 싶은 맥주 잔을 비워가며 영어로 말하면서, 영어때문에 웃었던 그 순간.
여전히 길을 모르지만 앞장 서서 가다가 ‘쥰, HERE!’ 라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던 순간.
해리포터에 나오는 성 같다고 말하며 어느 처치를 보려고 고개를 높이 들어올려 하늘과 뾰족한 첨탑을 바라보며 정말 해리포터에 나오는 기숙사 같네 말했던 순간.
빨간 아이스크림 차,
푸른 잔디 위를 뛰어 다니는 멍멍이와 아기,
벤치에 잔뜩 가깝게 붙어 있는 커플들,
꽃은 시들었지만 공기에 베어있는 희미한 꽃향기가 느껴졌던 순간.
요즘 하루의 많은 순간들이
마치 서울에서 이제 어느 방향이 회사 방향인지 굳이 보지 않아도 그냥 지하철을 타러 가는 것처럼 익숙해졌다.
그런데
익숙해서 놓칠 수 있는 그 순간 순간들을 기억하고, 글로 기록하는 것이
점점 모든 것들이 익숙해져 가는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고,
그게 또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