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않는 해

더블린라이프

by 아뱅

지금 시간 8시 54분. (2017.5.20)


아직 바깥은 오후 5시 정도 된 거 같은 느낌이다.

물을 잔뜩 풀어놓은 주황색으로 물든 하늘에

아직 멀었다고 기다리라고 인내심 많은 해는 아직도 지지않고 있다.


낮이 길고 길게 느껴지니까 하루가 긴 것 같기도 한데, 그나마 감성이살아나는 밤이 짧아서 아쉽기도 하고.


앗 밤이다, 이제 뭐좀 써볼까. 싶으면 잠자야 될 거 같은 11시 50분.


기나긴 낮을 오늘은 어떻게 보냈지?


수업이 끝나고 나오니 해가 쨍쨍하게 반겨줬고, 친구들과 카페 2층에 가서 치킨 누들 샐러드를 먹었다.

매우 제너럴 퀘스천으로 이어지는 대화였다.


어제 수업 끝나고 뭐했어?

그래서 우리 토요일 저녁에 만나는 거야?

오늘 수업은 어땠니?


리브인 오페어하고 있는 브라질 친구, 허둥 거리는 게 귀여운 일본 친구, 격한표정 변화가 재밌는 이탈리안,

늘 함께하는 한국인 친구까지.


서로 친구 없으니까 우리 같이 놀아야 된다고 늘 말하지만 각자 혼자서도 잘 노는 착한 친구들.


IMG_5152.JPG


IMG_5171.JPG 날씨 좋은 더블린


친구들은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가고 나는 집으로 걸어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무려 40분에 달하는 여정!


그래도 햇볕이 같이 동행해줘서 반가웠는데 내일이야말로 꼭 선글라스를 챙겨야 겠다고 다짐했고, 친구와 통화를 가면서 집으로 걸어갔다. 집에 가는 길 중간 커널에 화이트 셔츠에 내추얼 블론드 헤어를 한 아일랜드가 아니라 브리티시 스타일인거 같은 학생들이 우르르 있어서 훈남이 있나 자동으로 눈이 돌아갔고, 집에 가다가 발견한 스태프 구합니다 공고를 보고 우리집메이트들을 위해 사진도 찍었다.


길바닥에서 만난 메이트는 시내로 가고 있었고, 집에 돌아오니 다들 낮잠을 자고 있는지 거실은 노랑 햇볕만 가득한 채 고요했다.



IMG_5152.JPG 햇볕 잘 드는 우리집 거실


다음주 홀리데이에 놀러갈 아일랜드 여행 일정을 친구에게 보내줬고,

포르투갈여행지를 찾아보며 테스코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먼지가 켜켜이 쌓인 소파에 앉아 얼굴에 따갑게 내려앉는 햇볕을 느끼며 일기도 썼다.



IMG_5244.JPG 아이스크림 중에 제일 싼 테스코 아이스크림


IMG_5154.JPG 오일 파스타



그리고 일찍 배가 고파서 테스코에 가서 52센트 파스타 면을 집고,

이탈리안 파슬리가 세일하길래 사보고,

갈릭이랑 페페론치노도 집었는데딱 5유로 밖에 안가져와서 다 계산해보니 4.60센트!


야호 다 살 수 있겠다.


양손 가득 파스타 재료를 사들고 와서 집에 있던 새우, 버섯을 넣고 갈릭, 파슬리, 페페론치노를 가득 넣고 오랜만에 오일파스타를 해먹었다.



곱씹을수록 맛이 느껴지는, 그래서 꼭꼭 씹어 먹어야 더 맛있는 오일파스타를 야무지게 먹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를 돌렸다.

어쩌다보니 요즘 너무 분홍색 옷이 많아져서 세탁기에 들어가는 옷의 90퍼센트가 분홍분홍옷.


형광이 약간 섞인 분홍 후드,

하얀 양이 그러져있는 분홍 수면바지,

분홍색수건,

제일 좋아하는 핫핑크 큰 맨투맨까지,

분홍색 섬유유연제를가득 넣고 세탁기를 돌리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서 밀린 블로그 포스팅을 해나갔다.

파리 여행기가 2번만 쓰면 끝날거 같아서 사진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데,

미술관가서 찍은 사진들을 보니 대부분이 마티스, 칸딘스키, 고흐 사진들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추상화가들과 고흐.


하루가 왜 이렇게 빨리 가......

했는데 뭘 많이 하긴 했네.

바쁜 하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씻겨 내려가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