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라이프
2017.6.18
포르투갈에서 유난히 만났던 사람들을 계속 거리 어딘가에서 마주쳤다.
아마도 다들 비슷한 관광지를 다니기 때문이겠지.
두솔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트램 안에서 만난 중국인 커플을 호카곶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만났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의외로 중국인들이 혼자, 혹은 둘이서 다니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거의 단체 여행객들)
그래서 저들이 더 눈에 띄었다. 여자는 꽤 예뻤고, 남자는 새치가 많은 모범생 느낌이랄까.
사람이 그득했던 렐루 서점 안에서는 셀카봉을 이용해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한국인을 만났다.
그녀는 나와 친구를 보고 자기 사진을 부탁했는데 내가 몇 장 예쁘다고 찍어주자, 책을 보고 있는 척 할테니 자기를 찍어달라며 급 능청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그녀를 클레고리스 전망대 위에서 만났고, 포르투에서 리스본으로 간 뒤에도 길거리에서 우연히 또 봤다.
리스본 트램 안에서 본 외국 커플들을 리스본 공항에서도 만났고.
쉴 새없이 나도 돌아다니고,
그들도 돌아다녔을텐데 마주치고, 또 마주치는 게 신기한 관광지 도시.
그리고 여행.
여행을 다니다보면 남녀노소 정말 많은 유형의 관광객들을 만난다.
젊은부부와 아기들,
여기까지 어떻게 유모차를 끌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유모차를 끌고 있는 젊은 부부,
자기 몸통만한 큰 배낭을 짊어지고 있는 젊은 외국인 커플(절대 동양인들은저 엄청난 배낭을 메고 외국 여행을 하지 않는다),
유난히 혼자 잘 다니는 한국인들,
자식 2명과 부부가 같이 다니는 가족,
그리고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커플.
아기부터 늙은 노부부까지 어려서도 늙어서도 수많은 이들이 여행을 다니며 얻고자 하는게 문득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나도 함께 여행지에서 저들을 보면서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의 입장으로서 말이야.
인생샷을 건지려고,
하나라도 내가 보던 것과 다른 새로운 것을 보려고,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려고,
이곳에 와봤다는 자기만의 버킷리스트같은 미션을 달성하려고,
누군가와 함께 간 여행이라면 같이 좋은 추억을 만드려고,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혼자서 이 여행을 잘 치러냈다는 뿌듯함을 얻어가려고,
여행에서 마주치는 갖가지 상황들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보려고,
영감을 받으려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장소와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수없이 많은 것들을 느낄거야.
나는 무엇 때문에 여행을 하고 있던 걸까.
그저 친구가 찾아온 방대한 여행 정보의 늪에서 보고 또 봤던 걸 확인하려고,
여기 다녀왔다 자랑하려고,
혹은 유럽 여행가기에 정말 좋은 곳에 잠시 살고 있으니 응당 여행 해야한다는 나만의 채찍질로
여행지에 와있었나.
벌써 여행이라고 이름 붙일만한10여일의 여정이 끝난지 일주일이 지난 상태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여행 그 후에 느껴지는 추억과 사진,
그곳에서 느꼈던 것들을 다시 되새김질 하는 데에 여행의 의미를 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내가 생각하는,
나이가 들면서 내가 좋아지는 가장 유일한 이유
‘많은 경험들로 달라지는 나를 마주하는 순간을 위해서’.
여행을 다니면서
난 나이가 들어가고,
경험도 늘어가고,
생각도 늘어가고,
느끼는 감각도 늘어가고.
그래서 경험이 쌓이고 감성이 충만해지는 내가 마음에 든다.
여행이 좋은 이유를 생각하다보니 내가 나를 좋아하게 될 수 있는 방법까지 나오게 됐다.
이런 과정도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생겨나는 내가 반기는 변화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