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 끝났다

더블린라이프 / 외국인 친구들과 홈파티하기

by 아뱅

2017년 2월 6일 월요일, 온몸을 웅크리고 두리번거리면서 도착했던 노란 문의 학원.

그리고 8월 18일 금요일, 처음 만났던 선생님이 공교롭게도 마지막까지 있었던 반의 선생님이었는데 줄리와의 포옹을 뒤로하고 6개월의 어학원 수업이 끝났다.


아쉬워서 짧다고 하기엔 체감이 꽤 긴 시간이었다. 더블린에서 처음 친구가 된 사람들을 여기서 만났고, 외국친구들도 당연히 우리 학원 친구들이다. 영어공부의 본격 시작도, 내 활동 범위의 시작도 이 노란 문의 학원이었다. 6개월을 줄기차게 9시 반까지 오면서 나는 집을 찾아다녔고, 집을 옮겼고, 그동안 룸메도 바뀌었고, 너무 추워서 어느 곳에서도 따스함을 찾지 못해 끙끙댔던 겨울이 지났고, 교실 안에서 4월에 눈이 오는 이상한 날씨를 목격하며 아주 짧았던 여름을 지나왔다. 프리 인터에서 시작해 어퍼 인터까지 올라가서 영어도, 이제는 어느덧 익숙해진 더블린 생활도, 바뀐 기나긴 6개월이었다.

IMG_8817.JPG 어학원의 교실

솔직히 아쉬운 마음은 없다. 마지막 몇 주는 꽤 지루하기까지 했거든. 현재완료, 과거 진행 등 매일 배우고 또 배운 문법들을 계속 배워오고, 수업 시간마다 하는 제너럴 퀘스천 스피킹 활동이 지루해질 무렵 6개월을 마쳤다. 눈에 보이는 증거라고는 졸업 증명과 출석률 증명 서류 두 장.


금요일 전날,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 소소한 페어웰 파티(송별회..?느낌)를 했다. 사실 집으로 초대할 때보다 수요일 밤부터 후회했다. 괜히 집으로 친구들을 불렀나? 요리는 언제 하지?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미리 금요일까지 해야 하는 숙제를 한 다음에, 장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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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디 좁은 원형 테이블에서 먹고 마신 우리들


파티 음식은 불고기 떡볶이와 닭갈비. 닭고기, 소고기, 감자 등등을 사와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7시가 되자 재패니스 가이 3인방이 제일 먼저 집에 도착했다. 타케루, 와타루, 마코토. 타케루는 레벨이 바뀔 때마다 계속 만났던 일본 친구. 마지막 반도 같아서 시간을 꽤 많이 보낸 친구다. 타케루를 통해서 너무 웃긴 마코토도 만났고, 어른스러운 와타루도 만났지.

이어서 온 한국인 친구 2명. B와 M. B는 늘 뭔가 같이 했던 가장 친한 한국인 친구, M은 우리집에 뷰잉을 오면서 시작된 인연. 결국 코코와 살게 되서 미경은 다른 집에 가게 됐지만 나이도 같고, 하고 온 일도 비슷해서 우리 셋은 꽤 잘 놀았다. 여행도 함께 다녀오고.

창문을 통해 집 앞에서 두리번 거리던 수잔나도 데려오고. 몇 없는 유러피언 친구 수잔나. 수잔나는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나랑 같은 반이었다. 그런데 낯도 가리고, 말도 별로 안해서 친해지기 어려웠지만 트라이 한 결과. 제일 친한 외국인 친구가 되었다. 뒤늦게 온 브라질리언 레베카.


수잔나, 레베카, B, 나까지 우리 넷은 꽤 자주 이곳저곳을 갔다. 펍도 가고, 말라하이드도 가보고. 다들 착하고 좋은 친구들. 여기에 같은 날, 같은 에이전시로 와서 만난 나랑 이름이 똑 같은 지윤과 우리집 사람들 Kim, S까지. 딱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그런 페어웰 파티였다.


당장 떠나는 게 아니라 아쉬운 것보다 학교가 드디어! Finally! 끝났다는게 더 중요했던 파티.

내가 보기에도 많이 준비한 음식들을 친구들은 너무 맛있게 잘 먹어줬고, 각자 사온 디저트와 과일, 맥주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에 이야기를 이어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음식 준비하기 싫어서 파티 취소했으면, 이런 재밌는 소중한 추억 하나를 못 만들뻔 했네. 역시 할까말까 고민할때는 우선 해보는게 정답. 과정이 피곤하고 힘들었더라도 결과는 늘 뿌듯하고 좋으니까.

IMG_8912.JPG 내 친구들 :-))))


작은 6개월의 학원의 시작과 과정, 끝도 이런 같은 패턴을 거치고 정리됐으니, 더블린에서의 생활도 같겠지? 이 곳에 오기 전에 꿈까지 꾸면서 걱정하고 또 걱정했지만 와서 집 구하고, 잡 구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지금 너무 재밌게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이제 해피엔딩만 남았다. 결론은 해피엔딩.


아직 과정 중이라 더 힘든 일이,

더 피곤한 일이,

더 즐거운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일테니 고민하지마, 걱정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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