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라이프 / 내 보금자리 갖기
특별한 우리집에 대해 쓴 적이 있었나?
오늘 아침부터 하우스 메이트가 열심히 집 창틀을 기어다니고 날아다니는 비 bee, 벌들을 잡았다.
몇 주 전부터 우리집 리빙룸 창문에서 많은 벌들이 윙윙 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엔 날이 좋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벌들을 많아졌고, 애들이 밖에서 보니 우리 창문 바로 위쪽과 건물 벽 사이로 벌집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집까지 들어오지는 않으니 가끔 손님들이 보고 깜짝 놀라 벌을 조심하라고 하고 떠났을 뿐.
하우스홀더 친구가 랜드로더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랜드로더 마이클은 사람을 보냈다. 얼굴까지 중무장한 누군가는 가녀리지만 긴 반짝거리는 은색 사다리를 타고 저녁을 먹던 우리가 깜짝 놀라 창문 밖의 그를 보자 우리에게 유유히 손짓으로 인사를 하며 벌집에 올라가 약을 잔뜩 뿌렸다. 그리고 오늘, 약에 취한 벌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바닥, 창틀, 창 바로 옆에 있는 빨래 건조대에 까지 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벌 크기는 생각보다 크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우리집 하우스 메이트 중 한명은 자기가 어렸을 때 파브르였다며 벌에 관한 지식을 풀어놓았는데, 저 벌들은 말벌이 아니라 꿀 모으는 꿀벌이어서 별로 위험하지 않다는데.
그래도 집안에 벌 수 십 마리라니. 우리집 파브르는 청소기를 이용해 벌을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벌 소탕 작전이 펼쳐졌다.
양말 3개를 같이 빨아들인 뒤 에야 대략 벌 40여마리는 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다시 평화가 찾아온 리빙룸. 청소기 안 페이퍼 백 속에는 살아있는 벌들이 윙윙 거리고 있겠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은 랜드로더 마이클 말로 80년 정도 된 집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아이리시 건물이다. 온통 카페트로 뒤덮여 있는 바닥. 카페트가 깔려 있어도 어느 특정 부분을 밟으면 끼긱끼긱 나무 바닥 소리가 난다. 천장에는 정말 작은 80볼트 전구가 하나 애처롭게 달려있어서 크나크 리빙룸을 비추고, 방음은 어찌나 안되는지 화장실 옆에 붙어있는 우리 방은 볼일 보는 소리를 적나라하게 들을 수 밖에 없다. 불이 정말 늦게 달궈지는 전기 스토브, 작고 작은 키친.
특별한 집 이야기에 키친이 또 빠질 수 없지. 초반 몇 달에는 윗집에서 물이 새서 부엌 싱크대와 출입문 옆으로 물이 뚝뚝 흘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에 깜짝 놀라기를 몇 번. 랜드로더에게 상황을 알리기를 몇 번. 윗집에 사는 인디안 가이즈들의 방문이 몇 번 이어졌고. 이제 그냥 대수롭지 않게 물이 정확히 떨어지는 지점에 컵까지 뒀지만, 요즘은 컵이 메마르고 leak도 멈췄다.
물 새는 문제가 해결되자 새로운 벌 문제가 생겨나는,
클래식한 아이리시 하우스.
사실 내가 방문해봤던 모든 친구들 집 중에 우리집이 제일 낡긴 했다. 하지만 이런 클래식이 넘치는 집은 길들일수록, 정들일수록 마음이 간다.
샤워하기 전에 먼저 스위치를 올리고 샤워하러 들어가야 되고, 요리하면서 먼저 불을 미리 켜놔야 불이 빨리 달궈지고, 세탁기를 이용하려면 선을 집에서 문 밖으로 연결해서 문 바깥에 있는 세탁기를 이용할 수 있다.
아날로그의 불편함이 또 다른 매력인 더블린 생활 속 우리집. Sweet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