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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뱅 Feb 13. 2016

감정과 선택으로 가득한 젊음의 시기

영화 유스 YOUTH를 보다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감성이 풍부한 편은 아니었다.

낯을 많이 가려서 사교성도 떨어졌고, 그래서 늘 사람들 속에서는 긴장해 굳어 있었다.

감정 표현도 풍부하지 못했고, 몽글몽글 러브러브 감동감동은 '오글거려'를 내뱉으며 손사래치기 일쑤.


하지만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감성을 조금씩 배워나간 것 같다.

아무래도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 지 몰랐기에 지금까지 로봇처럼 살아왔던 것이다.

책, 영화, 음악, 미술은 그 자체가 감정표현의 덩어리였다.

이것들을 보며 감정 표현을 하는 법을 알아갔고, 감정을 느끼는 법을 깨우치게 된 듯하다.

나에겐 까막눈이 글자를 배워가는 과정과 비슷했다.



나이듦은 누구에게나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겠지만, 물론 나에게도!

나에게 있어 나이듦이 기대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풍부하게 느껴질 감정. 그 하나다.

지금보다 더 많이 알아가고, 느껴가고, 경험해가면서

지금은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까지 모조리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다.

(요즘은 몸소 체험하는 중)


나이듦이 두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열정을 잃고 살아갈 것 같아서였는데,

드디어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면,

유스 YOUTH를 보고 늙어서도 내가 열정이 없어 무료한 삶을 살겠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다.





80대 주인공 믹과 벨린저는 늙어서도 열정이 넘치는 할아버지들이다.


은퇴해서 음악은 더이상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늘 주머니에 사탕 포장지를 갖고 다니며 주변 소리에 박자를 맞추는 지휘자 벨린저

쓰는 작품이 늘 유작인듯 한참은 어린 젊은 친구들과 제일 빛날 작품을 쓰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감독 믹

이들은 늙어서 힘이 없고, 열정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늙음이 지나간 길이 만들어낸 자기 분야에 대한 강한 확신과 신념이 노년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보여준다.


20살, 새내기때 4-5살 많은 선배들이나 아니면 졸업한 선배들은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가

"20살이 딱 좋을 시기지. 나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였다.

30대부터도 부러워하는 시기가 바로 20대고.

왜 좋았던지, 왜 좋은건지, 왜 누려야하는 지는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그 시기가 좋으니 즐기라는 말 뿐이었다.

실제로 나는 내 나이를 부러워 하는 이들에게

 "왜 좋은거죠? 제 나이때 뭐하셨어요?"라고 꽤 자주 물어보곤 했다.

그만큼 그들의 말이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궁금증을 비로소 해결해 준 게 나에겐 바로 영화 유스 YOUTH다.



제목은 젊은, YOUTH 면서 왜 주인공은 노년의 80세 할아버지일까.

젊은이들은 자기가 젊어서 왜 좋은지를 잘 모른다.

그래서 노년의 시각으로 바라본 젊음의 모습을 보여준게 아닐까.

이만큼이나 소중하니 잘 누리고, 잘 써라.

그리고, 그 시기를 알차게 보내야 평생을, 노년을 열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




이 영화배우 기억나는지?

캐릭터 연구를 위해 호텔 사람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들을 주의깊게 보는 이 배우가 난 마음에 들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눈과 귀, 온 마음과 신경을 쏟고 있다는 저 사려깊은 눈빛 때문에.


물론 명대사의 연속인 유스에서 이 님도 명대사 대열에 빠지진 않는다.



전 일주일동안 호텔의 모든 손님들을 연구했어요.
감독님과 프레드, 레나를 자세히 관찰했죠.
최종 결론에 도달한 건 선택이었어요.
정말 얘기할 가치가 있는 걸 선택해야 해요.


여러 사람들이 제 눈을 뜨게 했어요.
감독님의 욕망과 제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주 순수하고 불가능하고 부도덕한...
하지만 상관없어요.
그게 우리가 사는 목표니까.



영화 속 인물들의 작은 습관과 행동들을 모아 자기만의 캐릭터로 만들어낸 이 배우는

선택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정말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그리고 자기의 욕망, 순수하고 불건전하지만

그것마저 내 모습일 수 밖에 없는 것을 표현하며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버려야 새로운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이기에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선택을 하고 믹, 벨린저처럼 노년에 이르렀을때

나는 그들처럼 젊음을 부러워하면서도, 흐뭇해하면서도,

내가 걸어온 젊음의 나날들에 대해 한점 부끄럼없이, 강한 신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떤 선택을 하며

젊음을 살아내야 할 지 고민을 던져준 영화였다.

우선 지금의 내 선택은 영화의 베스트 명대사로 대신한다.




감정은 우리가 가진 전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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