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달의 스토리 플라워_꽃과 글
꽃집 창업 전부터 '나만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결국은 글이었다.
오래 글을 써온 내가 할 수 있는 건 꽃집을 열고 나서도 글.
매달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영감을 얻은 각종 콘텐츠와 영감을 받아 만든 꽃을 함께 소개하는 게 '스토리 인 플라워'의 핵심 방향. 지금까지 오픈에 급급해 미뤄오다가 6월에 처음 선보이려 한다.
첫 스토리 플라워 주제는 "여름이었다"
아련하게 시작해본 이번 레터는 지난주에 버스를 타고 가는게 비가 엄청 많이 내려서 이때 생각난 글감으로 써내려갔다. 스토리 플라워를 주문하면 레터처럼 만든 이 글과 꽃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지금까지 보고, 듣고, 흡수해나가며 모아온 나의 경험과 기록을 몽땅 풀어내볼 작정이다!
레터는 일부만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에 등장하는 콘텐츠는 책 <아무튼 여름>, <청춘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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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텔링의 첫 플라워 콘텐츠, 6월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가볍게 읽으실만한 경험담과 제가 그동안 흡수해온 책, 영화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니 선풍기 틀고 아이스크림 먹듯이 부담없이 즐겨주세요.
지난주 퇴근길에 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비가 엄청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해가 아주 쨍쨍한 초저녁이었는데도요. 비가 온다는 예보를 못 본 것 같은데 저 역시 우산이 없었고, 길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우산이 없어보였어요. 뛰는 사람, 건물 입구에 서 있는 사람, 우산을 쓴 사람(!). 버스 안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비를 피하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자니 저에게 개인적으로 ‘비' 하면 떠오르는 장소와 장면이 스쳐지나갔습니다.
2017년의 여름. 아마 6월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어요,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우리나라의 올리브영 같은 ‘부츠’에 미끄러지듯 들어가서 뭔가를 샀습니다. 영국 날씨가 악명 높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겠지만, 이건 더블린 인지도가 런던보다 낮아서 퍼진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런던에서도 잠시 살아봤던 저는 더블린의 날씨가 변덕스러운의 최고봉이라고 확신할 수 있거든요. 하루에 사계절이 다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여하튼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는 거에요. 물론 해는 쨍쨍했고요. 우산이 있는데도 쓰고 거리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의 세찬 비였어요. 저 말고도 현지인 몇 명이 입구에서 비가 오는 걸 하염없이 지켜봤어요. 그곳에 있던 사람은 이 거센 비가 금방 그칠 걸 알고 있었거든요.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허공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줄기를 넋놓고 바라봤어요. 가끔씩 찾아오는 정말 비현실적인 순간이었답니다. 물론 비는 금방 그쳤어요. 선글라스와 우산을 동시에 챙겨다닌 낯선 나라에서의 여름날. 이 기억은 몇년 뒤 일상 속 버스 안에서도 떠오를 만큼 강렬했습니다.
(중간 생략)
6월의 스토리 인 플라워는 갖은 그린 소재를 모았습니다. 그야말로 풀때기지만 저마다 이름이 있고, 질감도, 모양도, 수명도, 수형도, 색도 달라요. 하늘 아래 같은 초록은 없거든요. 은빛 나는 초록, 그림자 같은 초록, 하늘하늘한 초록 등 여러 초록이들과 함께 여름을 맞이해봅니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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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꽃다발은 그린 소재를 모은 다발이다.
여름에 가장 싱그러운 소재인데 저마다 모양도, 색도 달라서 즐기는 재미가 상당하다.
그리고 꽃보다 더 오래가서 무더운 여름에 제격!
s/m/l 3가지 사이즈로 판매할 예정이고, 6월에는 오픈 이벤트로 6% 할인도 합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들어가는 그린 소재는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음.
꽃-글-주제
한가지 주제로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쓰고, 만드는 일.
어쩌면 글 쓰는 일보다 구상-실현하는 과정을 난 제일 좋아하고, 잘한다.
관심있는 분들은
@stelling_flower 또는 카톡채널 스텔링플라워로 문의바랍니다.
매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