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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뱅 Feb 16. 2016

울렁거리는 바다 위에서

이병률 <끌림>을 읽다가

제주도로 떠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휴학을 한 지 6개월만에 공부와 취업에 대한 압박,

계속 떨어지는 면접에 대한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기 위해 결정한 제주행.

과잉 보호가 심한 우리집에서 여자인 나 혼자 혈혈단신, 아는 이 하나 없는 그곳에 오랫동안 보내줄 리 만무. 떼쓰며 울기를 며칠. 기획서(!!)를 썼다.


어디에 위치한,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어떻게 한두달을 보내고 올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어떤지, 스텝들은 어떤지 인터넷 블로그 후기를 뒤져서 사진도 찾아냈다!

한달넘게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지내면서 숙식을 해결할 계획이었다.

3장정도 되는 기획서를 엄마에게 보여주니

엄마는 항복하셨다.



그리고 제주도로 가는 배 안.

5월 초, 배 안에는 수학여행을 가는 한창 들떠있는 아이들로 붐볐다.

배 어딜가나 북적북적 시끌시끌

자리잡고 앉아있을 곳도 없어 겨우 엉덩이 붙일 곳을 찾은게 배 로비같은 곳에 있는 작은 테이블.

그곳에서 이병률 작가의 <끌림>을 읽기 시작했다.


그 당시 핸드폰에 써뒀던 글은 다음과 같다.





인터넷이 안되서 그냥 둘까 하다가 지금, 이 느낌을 적어두고 싶어서 메모장에라도 쓴다.
여행은 참 감성적이다.

감성을 마구마구 건드리고, 일상을 살던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몽글몽글한 감성을 만들어낸다.

작가 알랭드 보통 <여행의 기술>에 나온 것처럼 휴게소, 터미널 등 새로운 장소에 가면 의례없이 분위기에 취해 반응하게 되는 것 뿐이려나.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끌림> 의 저자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익숙한 일상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고,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여행지에서는 이 오글거림이 왜 새로운 느낌과 감성으로 다가오는 것일지 궁금하다.

여행을 떠나면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용기가 나는 것처럼,

느끼는 것마저 평소에는 잠들어 있던 감각들이 여행을 떠나자마자 눈을 번쩍 뜨는 게 아닐까.


좋다.
왠지 이 책이 처음 시작되는 챕터에 있는

#열정을 읽자마자 뭔가 뭉클하면서 눈물이 날거같은 기분이 든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몇개월을 답답해왔떤 내가 바로 원했던 게 이런거였나보다.
익숙한 곳을 떠나 느끼는 새로운 감성과 생각들.



알랭드보통 <여행의 기술>에 그런 구절이 나온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간다.


새로운 장소에서 펼쳐질 새로운 생각이 기대된다.


출발하는 배에서부터 이렇게 마음이 요동치는데

앞으로 새로운 곳에서 지내게 될 날들은 날 얼마나 흔들어댈지 기대가 된다.

메말라서 이제는 가루가 되버린 내 감성에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2013. 5. 6






무려 3년이 가까워져가는 먼 옛날의 이야기

부푼 기대를 안고 갔던 새로운 장소에서

나는 새로운 생각을 꽤 많이, 정말 많이 하고 돌아왔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할정도로!


여행은 먼 곳이든, 가까운 곳이든 소중한 경험임이 분명하다.



커버사진, 본문사진(c)아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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