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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뱅 Feb 20. 2016

감동받아야 감동을 줄 수 있다

좋은 강연을 듣고 가슴 속 파문이 일었을 때

좋은 기회로 광고인 박웅현님의 강연을 듣게 됐다.

박웅현 님은 어떤 이에게는 세스코, 현대카드, 삼성 등 광고들을 끊임없이 히트한 광고인으로

어떤 이에게는 <여덟단어>,<책은 도끼다> 등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로 알려져있다.


나에게는 광고인이기에 앞서 책을 낸 작가로 더 관심이 가는 분이었다.

그 분이 마케팅으로 광고를 접근하는 것보다도

독서와 클래식, 고전 등으로 쌓아온 인문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광고에 접는 하는 방식이

꽤 흥미로웠다.


역시 광고인 답게 만들어온 발표 PPT는 거의 2시간 내내 흥미진진했는데,

이 날의 강연 주제는

"다른 이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을 만들어내라"는 것.


강연을 듣는 이들이 모두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을 가진 사람들이었기에,

본인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기의 성공 비결을 살짝 공개한 것이다.


강연 모습



'파문'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생겨날 수 있을까,



"시인의 재능은 자두 하나를 보고도 감동을 받는 사람, 그런 예민함은 타고 나는 것 같다.

감동은 능력이고, 감동받는 능력이 있다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름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브런치 글쓰는 이가 아닌 진짜직업!)으로서, 

과연 다른 이의 마음에 돌멩이를 던쳐 파문을, 울림을 주고 있었는지

조금씩 의심이 되고,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박웅현 님이 클래식 이야기를 하셨다.

도대체 200년 전, 300년 전 작곡된 곡이 도대체 무엇 덕분에 시대의 흐름을 이겨내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는 지 궁금하다며, 

본인이 좋아하는 클래식을 들려주겠다고 했다.



"이 곡을 듣고 감동을 느낀 다면, 가슴에 파문이 일어난다면 

분명 남들에게 파문을 일으키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겁니다."



그의 한마디는

어떤 곡이 나올까하는 기대보다 불안감을 더 가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내가 이 음악을 듣고 감동을 느끼지 못할까봐 

나에게만 음악의 파문이 찾아오지 않을까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두근거림 속에 

200여명이 모여있는 큰 강당의 모든 불이 꺼지고,

앞에 있는 스크린의 불빛만 남은 채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차이코브스키 바이올린 콘체르토였다.

당시 나는 클래식에 푹 빠져있었고, 좋아했던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었기에 꽤 자주 들었던 익숙한 곡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누구나 클래식에 관심이 없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곡이었다.




바이올린의 카리스마가 오케스트라 속에서도 빛난다.

초반부 현란한 바이올린의 기교로 점점 곡은 고조된다.

한마리 가녀린 새가 벼랑 끝에 몰릴 때까지 몰리다가

벼랑으로 떨어지지만 새는 날개를 펴고

훨훨 날며 마침내 비상하는 것 같은 이 곡의 가장 익숙한 부분이었다.




새가 날개를 펼친 그 순간

온 몸에 오싹 소름이 끼쳤고

내 가슴 속 물가에 새가 던지고 간 돌멩이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파문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안심이었다.

강연 내내 언급했던 ‘파문을 느낄 줄 아는 사람, 감동을 느낄 줄 아는 사람’에 

나도 속하는 것을 확인해 다행이었다.

기뻤다.

나도 감동을 느낄 줄 아니 ‘감동을 주는 글, 남에게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침에 눈 떴을 때부터 건조해서 수 차례 안약을 넣어도 불편했던   

눈이 한 순간 편안해지더라.

이게 파문이 가져오는 변화의 모습이 아닐까.



이른 아침 9시 강연, 캄캄한 어둠 속에서 

1879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130여년전 차이코브스키가 작곡한 피아노 콘체르토는 

메말라서 나오지 않던 눈물마저 나오게 만든 것이다.


아무리 인공눈물을 넣어도 진짜 본연의 눈물만할까.

아무리 눈물을 쥐어짜내는 감동코드를 넣어 흥행 영화를 만든들 

            이렇게 순수하게 음악만 듣고 오는 감동만할까.



메마른 몸뚱아리가 감성을 만나, 음악을 만나 말랑말랑, 촉촉해지고 있었다.


이 날 나는 누군가의 가슴 속 연못에 돌멩이 하나쯤은 던져서 파문을, 감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작은 확신을 갖게 됐다.




2015. 1. 26




커버 사진(c)Caroline Grondin, www.behance.net/carolinegrondin, 본문사진(c)Edgaras Maselskis, 500px.com/EdgarasMasels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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